기약없는 벤처투자 반등…“하반기 회복론도 불투명”
“하반기 투자 시장 회복 요원”…벤처·스타트업계 비관적 전망 대두 상반기 투자 건수·투자액 급감 현상 ‘뚜렷’…“반등 계기 마련 어렵다”
2024-08-07 김원빈 기자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벤처·스타트업의 혹독한 투자 혹한기가 장기간 지속하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크게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간헐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회복세에 진입했다는 판단을 내리기는 역부족이다. 벤처캐피털(VC), 엑셀러레이터(AC) 등의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신종 산업을 발굴하고, 과감한 창업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는 점에서 투자 혹한기가 지속될 경우 한국 산업계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간 정부 및 일부 업계에서는 ‘하반기 회복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벤처·스타트업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게 하반기 회복론의 주된 골자다. 반면, 이같은 일각의 기대와는 달리 현장의 분위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서울에 위치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주변을 둘러보더라도 투자가 장기간 끊겨 폐업을 고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확실한 사업 모델(BM)을 아직 발굴하지 못한 업체의 경우 그간 투자금으로 근근히 연명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통계에서도 하반기 회복론에 대한 수치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상반기 투자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수는 584건, 투자 금액은 2조3226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 투자 건수(998건)와 금액(7조3199억원) 대비 각각 41.5%, 68.3% 급감한 수준이다. 월별 투자 유치액은 5월(8214억원)을 제외하면 매달 3000억원 안팎에 머물렀다. 또 이 시기 10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 유치는 3건에 불과했다. 반면, 10억원 미만의 시드 투자는 348건으로 집계돼, 최소화된 위험부담이 전제된 투자 중심으로 이뤄졌다. 구체적으로는 콘텐츠 및 소셜(4956억원), 제조(2628억원), 유통 및 물류(2156억원) 분야가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했다. 교육, 레저 등의 분야에 대한 투자는 저조했다. 이에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도 지난 4일 VC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벤처투자 시장 활성화와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VC 업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벤처·스타트업 투자가 반등하지 못하는 이유로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 파산 사태로 인한 투자 관망세 증가 △코로나19 등 변동 요인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 등을 꼽고 있다. 한 벤처·스타트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SVB 파산 사태도 전세계적인 벤처·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를 지속하는데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실제 미국·영국 등 일부 서방 국가에서는 투자에 앞서 벤처·스타트업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깐깐한 검증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확산, 기술 급변 등 어떤 벤처·스타트업 분야가 추후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을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라면서 “몇 년 전의 경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부산된 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다면, 최근의 경우 일부 콘텐츠·딥테크 분야를 제외하고는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민간에서의 투자 회복세가 확실히 관측될 때까지 만이라도 모태펀드 증액을 통해 업계를 보조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한 주요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중심의 벤처·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활성화를 공언한 상태에서 모태펀드의 역할이나 규모도 기존보다 축소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라면서도 “다만, 벤처·스타트업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과감한 모태펀드 예산 확대 등의 조치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