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혁신위, 대의원제 개편 제안할 듯…계파 갈등 뇌관 되나

대의원제 폐지 준하는 방향으로 혁신안 가닥 박광온 "표 등가성 문제, 대의원 수 늘리면 해결"

2024-08-07     문장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당내 핵심 의제 중 하나인 대의원제를 놓고 폐지에 준하는 개편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계파 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통 민주당 당원이 많은 대의원의 권한 축소는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과 친이재명계(친명계) 의원들이 그동안 꾸준히 요구해 온 사안으로 비이재명계(비명계)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혁신위는 대의원 1표와 권리당원 1표 비율을 낮추는 대의원제 개편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전당대회의 표의 등가성 문제로 오래전 대의원제 개선 요구가 있어 왔다. 현행 민주당 당 대표 선거는 대의원 30%, 월 1000원 이상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 40%, 당비를 안 내는 일반당원 5%, 일반 국민 25%의 비율로 치러진다. 대의원의 수가 1만6000명, 권리당원은 120만명가량이라는 측면에서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60표와 같은 가치를 갖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역위원회를 거쳐 선출되는 대의원은 보통 현역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당직자, 지역 핵심 당원으로 구성돼 있다. 대의원제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대선 이후 이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 이른바 '개혁의 딸들(개딸)'들이 당원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힘을 받기 시작했다. 기존 대의원들이 전통 민주당 당원들이 많은 비명계 색채가 강한 것과 달리 신진 세력이라 할 수 있는 새 당원들은 대부분 친명계 성격이 강하다. 자연스럽게 '대의원 vs 당원'의 구도는 '비명 vs 친명' 구도로 확전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여기에 지난 4월 터진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의 핵심 원인으로 대의원제가 지목되면서 개딸 및 친명계 의원들로부터 대의원제 폐지 주장이 분출하기 시작했다. 다만 정당법상 대의원제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해 혁신위는 표의 등가성을 '1인 1표'로 맞추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법 제29조는 '정당은 민주적인 내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당원의 총의를 반영할 수 있는 대의기관 및 집행기관과 소속 국회의원이 있는 경우에는 의원총회를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대의원제가 권리당원 수가 현저히 적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시행됐다는 점에서 표의 등가성을 '1인 1표'로 맞추는 것은 사실상 폐지에 준하는 셈이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지금 대의원제도가 실제 당을 운영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전당대회 때 대의원들의 표가 일반 권리당원들보다 한 60배 이상 더 가중치가 부여되는 상황"이라며 "그런 부분은 조금 조정해야 될 필요가 있지 않겠나"라며 이러한 혁신위의 논의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대의원제 폐지에 준하는 혁신안이 발표되면 비명계를 비롯한 당내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당장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대의원의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표의 등가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혁신안 수용에 진통이 예상된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6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의원제 폐지 논의와 관련한 질문에 "대의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반한다"며 "지역 편중 현상을 해소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정당이 전국정당 목표를 버릴 수는 없다. 권리당원들만으로 중요한 당의 의사 결정을 할 경우 특정 지역의 의사 결정권이 극도로 왜소해지고 위축되고 제약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리당원 수가 전국적으로 30만명쯤 되던 시절이었는데 이제는 권리당원 수가 거의 1000만 명이 넘었다"며 "권리당원의 한 표와 대의원의 한 표의 등가성의 문제가 과거에 비해서 많이 악화됐는데 그러면 대의원 수를 늘리면 된다. 대의원 수를 과거에 권리 당원이 늘어난 것에 비례해서 늘리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박 원내대표는 "혁신위 혁신안들은 당에서 논의하고 그 가운데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며 대의원제 개편안 거부 가능성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