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혁신위, 대의원제 쇄신안 발표 연기했지만…당 호응 미지수
'대의원제 폐지·공천룰 개정' 혁신안 공개 10일로 변경 자당 소속 의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최종 확인 후 결정 김은경발 설화 논란에 동력 상실…비명계 반발도 난관
2024-08-08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대의원제 축소 등을 골자는 하는 쇄신안 발표를 오는 10일로 연기했지만, 성공 여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대의원제 축소·폐지에 반대하는 여론이 상당한 만큼 향후 쇄신안 발표 시 당내 반발이 예상된다. 또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설화 논란이 불거지면서 혁신위 쇄신 동력이 일정 부분 상실된 점도 성공 가능성을 희박하게 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에 대한 당내 사퇴 여론이 부상하는 만큼 혁신위의 쇄신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혁신위는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 축소안 등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가 예정된 8일에서 10일로 연기했다. 당초 혁신위는 지난 7일 회의를 개최해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 축소안 논의를 마무리 지은 뒤 이튿날인 8일 간담회에서 이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혁신위는 지난 7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최종안 도출을 위해 장시간 논의를 이어갔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최근 혁신안 의견 수렴 차원에서 자당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검토가 끝나지 않은 탓에 최종안 발표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천룰 개정 등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한 점도 발표 연기 배경이 됐다. 혁신위가 이번 쇄신안 발표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는 대의원제 축소 및 폐지 등과 관련해 당 일각의 거센 반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간 당내에서는 이재명을 지지하는 당원들과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이 행사하는 1표가 권리당원 60표에 해당하는 점을 들어 '당원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후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터지자 대의원제 폐지 요구는 더욱 커졌다. 반면 비명계는 대의원제를 폐지하거나 축소한다면 이 대표 열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 입김이 커질 것을 우려해 반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위가 대위원제 투표 반영 비율을 축소하는 방안을 지도부에 권고할 것으로 전해지자 비명계를 중심으로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의원제 폐지 및 축소에 대해 "대의원제 폐지는 대의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반할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대의원제가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를 위해 마련된 제도임을 강조하면서 "특히 취약지역으로 얘기하는 TK(대구·경북)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강원도의 권리당원 수가 수도권이나 충청, 호남지역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리당원들만으로 중요한 당의 의사결정을 할 경우 특정 지역의 의사 결정권이 극도로 왜소해지고 위축되고 제약될 것"이라며 "권리당원의 1표와 대의원의 1표를 두고 등가성 문제가 제기된다면, 권리당원이 늘어난 것에 비례해 대의원 수를 늘리면 된다"고 제언했다. 혁신위에서 불거진 잡음도 당 쇄신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청년좌담회에서 과거 아들과 대화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노인 폄하' 발언으로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김 위원장이 사흘 만에 당사 앞에서 사과하고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재차 고개를 숙였지만, 혁신 동력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비명계를 중심으로 혁신위에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이번 논란이 불거지면서 김 위원장 사퇴 의견까지 거론되고 있어 혁신위 쇄신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