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밥상물가 비상”… 농산물 이어 국제곡물 가격까지 요동

폭염‧폭우에 태풍까지…‘둔화세 기대’ 빗나가고 물가 불확실성 확대 세계 최대 항구 막히나…러‧우전쟁 심화 조짐에 국제 곡물 가격 들썩

2023-08-09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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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폭염‧폭우에 이어 태풍까지 겹쳐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이제 막 안정세를 보인 물가가 다시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장마를 시작으로 이달 폭염, 태풍 '카눈'까지 지속돼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번 작황난은 올 추석 연휴를 앞두고 물가 인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로 점진적인 둔화세가 예상됐다. 그러나 지속되는 변수에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9일 통계청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주요 농작물의 상품성 저하‧물량 감소에 따른 여파가 지속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극한 호우의 파급은 일정 시차를 두고 이달부터 내달의 물가지수부터 반영될 전망이다. 농산물 가격 급등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7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살펴보면, 농축수산물 물가는 폭우 등의 영향으로 채소류 물가가 7.1% 오르면서 전월 대비 1.7% 상승했다. 계절 및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 지수는 전월보다 4.4% 상승했다. 신선 채소(7.2%)와 신선 과실(5.4%)의 상승률이 높았다. 채소류 물가가 전월보다 오른 것은 지난 3월(1.0%) 이후 4개월 만이다. 특히 상추(83.3%), 시금치(66.9%) 등의 물가가 전월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동월 대비 상승률은 사과(22.4%), 고등어(9.2%), 닭고기(10.1%), 고춧가루(8.3%) 등이 높았다. 국산 소고기·돼지고기 등 축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4.1% 내렸지만, 폭염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농축산물 폐사 가능성이 크다. 오징어 등 수산물 물가는 5.9% 뛰었다. 경제 불황이 지속되자 소비 심리도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음식점·주점업 소비는 1년 반여 만에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소비 증가 폭이 높았던 기저효과에 더해 높은 외식 물가가 영향을 미쳤다. 2분기 음식점·주점업 소매판매액 지수(불변지수)는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3.4% 쪼그라들었다. 2021년 1분기 14.1% 감소한 뒤로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외식 물가는 지난해 3분기 21년 만에 최대 폭인 8.7%나 상승하면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2분기까지 7∼8%의 높은 증가 폭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설상가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심화 조짐에 국제 곡물 가격도 다시 요동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흑해곡물협정 연장을 거부하고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 등을 폭격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흑해 주요 수출항인 노보로시스크를 공격하며 맞대응했다. 노보로시스크는 유럽 최대 항구 중 하나로 러시아 해상 무역의 17%가 이곳을 통해 이뤄진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으로, 흑해를 통한 화물 운송이 어려워진다면 식량 위기와 물가 상승에 시달리는 세계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드론 보트가 노보로시스크항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제곡물시장에서 밀 선물 가격은 한때 부셸(곡물 중량 단위·1부셸=27.2㎏)당 6.47달러로 2.8%가량 급등했다. 코로나19와 러‧우전쟁의 여파로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가 올해 들어 겨우 진정된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보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이달과 내달에 물가 상황이 잠시 불안해졌다가 오는 10월부터 다시 내려가는 패턴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물가안정 기조가 안착할 수 있도록 주요 품목별 가격·수급 동향을 점검하면서 적기에 대응하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