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흠집 난 농산물 싸게”…유통업계, 못난이 농산물 판매 앞장

“맛·영양 문제 없어”…생육 부진 B급 농산물 대량 매입·할인 폐기 줄여 농가 돕고, 고물가 속 장바구니 물가 안정 도모

2023-08-09     강소슬 기자
유통업계가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과거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되던 ’못난이(B급) 농산물’이 뜨고 있다.

유통업계는 여름철 집중호우와 폭염 등 이상기후로 피해를 입은 농가를 돕고, 밥상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못난이 농산물’을 대량 매입, 상생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못난이 농산물은 맛과 품질에는 이상이 없지만, 단지 크기나 모양이 규격에 맞지 않거나 작은 흠집으로 인해 상품성이 떨어진다. 과거엔 이러한 이유로 판매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고물가 시대를 맞아 시세보다 저렴한 못난이 농산물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마트는 일반 채소, 과일과 비교해 맛과 영양에는 차이가 없지만 조금 작거나 외관에 흠이 있어 기존에 운영하지 않았던 B+급 상품을 ‘상생 채소’, ‘상생 과일’이라는 이름으로 정상 판매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까지 ‘상생 농산물’ 매출은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지난달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집중호우로 수혜를 입은 농가를 돕기 위해 ‘상생 다다기 오이’를 일반 상품과 비교해 5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해당 오이는 외관에 흠집이 있거나 모양이 구부러진 것이 많았지만, 맛과 영양 측면에선 일반 상품과 차이는 없다”며 “향후에도 농가와 상생하고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상생 시리즈를 적극적으로 기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도 이달 초 비 피해를 본 강원 산지의 다다기 오이, 청양·오이맛 고추를 ‘맛난이 농산물’로 기획해 일반 상품과 비교해 50% 이상 저렴한 가격에 선보였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지난 2월부터 못난이 농산물 판매를 핵심으로 ‘상생농장 농가살리기 프로젝트’를 지속 전개하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양파 120t, 저장감자 80t, 파프리카 40t, 깐마늘 30t, 무 15t 등 못난이 농산물 대부분은 3~4일 만에 전량 판매됐다. 편의점도 못난이 농산물 판매에 나섰다. CU는 5월부터 B급 채소를 모은 ‘싱싱상생’ 브랜드를 론칭했다. 제품 가격은 2주 간격으로 농산물 시세를 반영해 정한다. 시세가 내려가면 가격을 낮추고, 오르면 인상 폭을 최소화한다. GS리테일은 GS더프레시가 지역 농가에 도움을 주고자 ESG 경영 차원에서 운영하던 B급 농산물 판매를 편의점 GS25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GS25는 지난 5월 시세보다 30% 저렴한 ‘착한참외’를 선보였으며, 해당 상품은 판매 3일 만에 1만봉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생산 농산물 중 규격 외 등급으로 판정받은 ‘못난이 농산물’ 비율은 평균 11.8%에 달한다”며 “올해는 기상 악화로 이 비율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 폐기해야 했던 못난이 농산물을 대형 유통채널들이 앞장서 판로를 마련해줌으로써 농가를 돕고,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