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SOS에 금융공기업 ‘잼버리 동원’

국책銀‧신용보증기금‧조폐공사 등 기관당 40명 금산노조 “전시 강제 징발…차출자 안전책 마련”

2023-08-09     이보라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정부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케이팝 콘서트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지원을 요청했다. 금융공기업도 이에 포함되자 갑작스럽게 해당 업무에 차출된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9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전날 오후 잼버리 조직위원회 요청을 받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40여 개 공공기관에 잼버리 케이팝 콘서트에 인력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재부는 각 공공기관에 기관당 최대 40여 명의 지원 인력을 1시간여 만에 확정하라고 지시했다. 차출된 인력들은 이날 사전교육을 받고 오는 11일 열릴 본행사에서 잼버리 대원들을 행사장까지 안내하고 숙소까지 인솔하는 업무를 맡는다. 잼버리 대원들은 11일 콘서트가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집결한 뒤 다시 숙소로 복귀할 예정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잼버리 차출’에 동원된 공무원들과 공공기관 직원들의 불만이 들끓었다. 한국산업은행 소속의 한 작성자는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고 (잼버리 콘서트에 지원하러) 오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장소도 미정인데 일단 이름을 적어내라고 한다”며 “공무원, 공기업 직원은 ‘5분 대기조’냐”고 분노했다. 한국조폐공사 소속 작성자도 “금요일 저녁 공공기관에서 인원을 차출해 강제 봉사활동을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신용보증기금 소속의 한 작성자도 “우리 회사 수요 없으면 인원 조정해서 차출한단다”면서 “왜 우리가 가야 하느냐”고 적었다. 그러면서 “(관련) 메일을 보니 인력 인솔 및 K팝 공연을 시킨다는데 내가 춤춰야 하는 건가”라고 남겼다. 산업은행 직원들도 갑작스런 차출 지시에 크게 반발했다. 산은은 사내 공지를 통해 “각 부서에서 최소 2명의 행사 참가 가능 인력을 찾아 오늘 오후 4시 30분까지 전달해 달라”고 전달했다. 그러나 반발이 거세지자 자율 참석으로 변경했다. 산은 직원은 “처음에는 부서당 2명씩 차출하려고 했으나 희망자에게 신청을 받아 참가하는 것으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에서도 잼버리 행사에 동원할 인력을 모집했다. 기은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메시지를 통해 은행 지시로 부당하게 차출되거나 이를 목격하는 경우 노조 등에 즉각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기은 노조는 “시간 외 근무는 노조와 사전 협의해야 하는 부분인데 사측이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인력 파견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단체협약 위반 사항”이라고 했다. 기은 노조는 “은행에서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겠다고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책정된 부분이 없다”며 “단체협약 위반이 확인될 경우 사측에 엄중 대처하겠다”고 전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이날 오후 “정부가 막무가내, 주먹구구로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며 “거의 전시 강제 징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보상문제와 자발성 여부 등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업무마저 분명히 정해진 게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차출자들에 대한 안전책을 철저히 점검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