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구 칼럼] 일본 야마노우치정 위기 극복과 지방시대 성공 조건

2023-08-10     매일일보
조재구
일본 나가노현에는 야마노우치정(山ノ内町)이라는 작은 지역이 있다.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90% 이상이 산림 및 원야로 구성돼 있다. 지난 1998년 동계올림픽 당시 설상종목 경기장이 설치되며 언론에 알려졌지만, 2000년대 이후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점차 폐업하는 상점이 속출했고, 일자리가 줄어들자 청년들도 빠져나갔다. 저출산 문제까지 겹치면서 이곳은 인구절벽·지역소멸을 경험했다.  그런데 인구 1만명 남짓의 작은 지역에서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해 4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야마노우치정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한 자율적인 지방자치를 통해서다. 일본 지자체는 정부펀드를 바탕으로 침체된 관광산업을 변화시키려 노력했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동계올림픽 슬로프를 활용해 스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설상종목 국제대회를 유치했으며 동계올림픽 관련 관광자원 개발에 힘썼다. 뿐만 아니라 일본 지자체는 자발적으로 지역 주민들과 함께 관광인프라 구축에도 노력했고, 중앙정부의 지역 경제 활성화 지원기구와도 지속적으로 협력했다.  위와 같은 일본 지자체 사례는 지금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난 7월 10일 공식 출범했다. 지방시대위원회는 전국 자치단체에서 직접 수립한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바탕으로 지방정책을 반영한다. 지방자치가 성공하기 위한 환경으로 지자체 스스로가 지역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자체에 자율성을 부여했다. 즉 중앙정부 주도로 진행된 기존의 균형발전 계획에서 벗어나 지방의 특수한 상황과 실정에 맞게 지자체가 행정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국가 사무와 권한을 지방정부에 위임하며 지방정부가 스스로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지는 환경을 조성했다. '기회발전특구' 제도도 눈여겨 볼만하다. 특별법에 따라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시·도지사는 관할 행정구역의 일부를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받을 수 있다. 기회발전특구에 지정되면 해당 지자체는 이곳에 투자하는 기업들에게 △규제 특례 △세제 혜택 △인센티브 등의 지원을 할 수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지방 도시에 투자할 때 기업들을 위한 실질적인 혜택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많았지만, 기회발전특구 제도는 이를 보완했다는 평가다. 다가오는 지방시대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이제는 사는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기회와 생활의 격차가 생기는 불평등을 멈추어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전국 어디에 살든지 균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누려야 한다. 이것이 지역 균형 발전으로 가는 진정한 지방시대의 목적이다. 지방자치를 위해 야심차게 출범한 지방시대위원회가 지역발전에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분권형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역시 함께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