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고공행진에 ETF 투자자 함박웃음
한 달 새 원유생산기업 ETF 18.5%·원유 선물 ETN 33%↑ “하반기 원유 시장이 초과 수요 구간… 가격 더 상승할 것”
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국제유가가 이달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정유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수익률이 오르고 있다. 주요 산유국이 원유 감산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의 원유 수입물량은 증가해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 ETF는 한 달 새 18.56% 상승했다. 이 ETF는 장외파생상품을 주된 투자대상으로 하며 ‘S&P Oil & Gas Exploration & Production Select Industry Index’를 기초지수로 삼는다.
‘KODEX WTI원유선물(H)’(14.9%)과 ‘TIGER 원유선물Enhanced(H)’(14.6%)도 1개월 기준 14%대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들 ETF는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 상장되어 거래되는 WTI원유 선물가격의 움직임을 따른다.
원유 가격 상승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N도 한 달 새 30% 넘게 뛰었다.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33.48%)을 필두로 ‘QV 블룸버그 2X WTI원유선물 ETN’(33.06%), ‘하나 S&P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32.99%), ‘신한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32.87%), ‘삼성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32.84%), ‘TRUE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32.64%),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31.93%), ‘메리츠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선물 ETN(H)’(31.58%) 등이 한 달 수익률 30%를 넘었다.
국제유가는 수요 산유국이 공급 감산 기조를 보이자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48달러(1.78%) 오른 배럴당 84.40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최고치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와 미국이 원유 감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7월 OPEC+는 생산 여력 3410만배럴 중 2779만배럴만 생산했고 미국의 셰일 오일 채굴량도 줄었다. 사우디는 감산 연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달부터 일평균 100만배럴 감산을 시행 중이다.
중국의 원유 수입물량이 증가한 점도 국제 원유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된다. 지난 6월 중국의 원유 수입 물량은 전년 대비 45.3% 증가하며 역대 세 번째 규모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원유 시장이 초과 수요 구간에 접어들어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7월 OPEC의 생산량이 전월대비 90만 배럴/일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식과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가 전주대비 1700만 배럴 감소하며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는 소식들이 3분기 원유 수급이 공급 부족으로 전환한다는 점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원자재 시장은 수급 펀더멘탈에 더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국제유가는 하반기 중국의 수요 회복 여부, OPEC+ 감산 기조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사우디가 7~8월의 자발적 감산을 9월까지 추가로 연장한다고 밝힘에 따라 국제유가 WTI 기준 90달러 내외 상승 요인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황상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원유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전망으로 정황상 유가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글로벌 원유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고 있는데 먼저 사우디 등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OPEC 국가들은 감산 기조를 유지 중이고 특히 사우디가 원유 감산 기조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에도 원유 생산이 적극적이지 않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화석연료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상황에서 오일 메이저들이 굳이 규제를 감내하면서 채굴을 강행할 필요는 없고 이는 궁극적으로 원유 공급을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