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혁신위,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 제안…비명계 반발 조짐
10일 공천 감산 규칙 변경안 등 제시 이원욱 "비명계 학살하기 위한 술수" 조응천 "대의원 탓에 3대 리스크 왔나"
2023-08-10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은경혁신위원회가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을 배제하고 권리당원 비중을 대폭 높이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를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발표 전부터 비이재명계(비명계)에서 대의원제 폐지에 대해 '비명계 학살'이라며 강하게 반대해온 만큼 향후 당내 갈등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원회는 1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2024년 당 조직, 공천 규칙 혁신안'을 발표했다. 우선 혁신위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경우 권리당원 투표(70%)와 국민 여론조사(30%)를 통해 선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민주당은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5% △일반 국민 25%로 선출하고 있다. 공천룰과 관련해서는 하위 20%에게 경선 득표의 20% 감산하고 있는 현행을 하위 10%까지는 40% 감산, 10~20%는 30% 감산, 20~30%는 20% 감산 규칙을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혁신위의 이번 쇄신안에서는 당내에서 민감한 사안이었던 대의원제 폐지 카드를 들고나온 점이 눈길이 끈다. 결과적으로 기존 대의원 비중을 없애고, 권리당원 비중을 40%에서 70%로 대폭 높이면서 사실상 대의원제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권리당원 비중을 40%에서 70%로 대폭 상향하면서 상대적으로 비명계보다 친명(친이재명)계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대선 이후 이재명 대표의 열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딸)'들이 당원으로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그간 당내에서는 이재명을 지지하는 지지층과 친명계를 중심으로 대의원이 행사하는 1표가 권리당원 약 60표에 해당하는 점을 들어 표의 등가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당직자, 지역 핵심 당원 등으로 구성된 대의원은 현재 1만6000~1만7000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약 120만명)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대의원제 폐지 요구는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터지면서 더욱 커졌다. 다만 대의원제를 폐지 또는 축소에 대해 비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만만치 않은 만큼 향후 당내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민주당의 당심과 민심의 괴리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혁신위의 과제였다"며 "그런 것은 전혀 관심이 없고 일부 정치 훌리건과 그런 사람을 등에 업은 의원들의 발언으로 대의원제와 공천제를 손보자는 얘기가 나왔고 그것만을 의제로 삼아 혁신위가 논의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천룰에 대해서는 "공천룰은 민주당 당헌상 선거 1년 전에 확정하게 돼 있고 공천룰 태스크포스(TF), 최고위원회의, 당무위원회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중앙위원회에서 74%의 동의를 받아 확정됐다"며 "또 건드리겠다는 것은 비명계를 학살하기 위한 술수"라고 주장했다. 조응천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돈 봉투 의혹 등을 겨냥하면서 "대의원 때문에 3대 리스크가 왔느냐"라며 "3선 이상 중진이 동일 지역에 나서 3대 리스크가 왔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지난 6월 20일 공식 출범한 혁신위는 이날 활동을 끝으로 종료한다. 당초 오는 9월까지 혁신위 활동이 이어질 예정이었지만,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등 논란으로 조기에 마무리됐다. 김 위원장은 "저희가 지켜본 민주당은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정당"이라며 "계파 싸움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묘사되지만 훨씬 더 많은 국회의원, 당원, 당직자들은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