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에너지·경영구조 혁신…해외도 친환경 전환 총력
애플·BMW·월마트 등 RE100 기업, 협력업체에도 친환경 경영 의무 부여 친환경의 마케팅적 요소 한계 벗어나 기업 고유 철학까지 갖춰야
2024-08-15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해외 주요국 및 대기업들이 국가 차원의 친환경 정책을 따르지 않는 하도급 기업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ESG 경영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해외 투자자와 소비자 또한 기업을 판단하는 주요 요소로 친환경을 꼽으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친환경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15일 해외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대기업 뿐 아니라 협력업체에도 ESG 경영 의무를 부여하는 강도 높은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EU는 기업에게 인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공급망 실사 의무를 부여하고 위반 시 제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재작년 ESG 등 비재무적 요소가 취약한 기업들을 펀드 구성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영국 재무부가 대기업들에게 기후 이행계획 의무화를 요구한 바 있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분야에 종사하는 대기업은 올해부터 새로운 넷제로 정보 공개 요건을 적용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진국 모임인 G7이 영국을 따를 것이라고 서약한 만큼, 향후 기업의 환경 보호 의무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유럽 등에는 RE100을 기준으로 기존 산업의 친환경을 리드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는 중이다. 해외기업과 거래 시 ESG 평가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 기업들은 친환경을 강요받고 있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영국 민간단체인 The Climate Group이 주도하고 있다. 전 세계 4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사에게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특히 계약서와 협약서 등을 통해 명시적인 납품요건으로써 재생에너지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애플의 경우, 공급 업체에게 납품하는 부품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로 제조하기를 요구했다. 2021년 기준 세계 110개 이상의 애플 협력업체가 100% 재생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포털이라는 협력업체 청정에너지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제조업계의 선두주자인 BMW는 2020년까지 풍력·바이오가스·태양광 등 자가 설비와 인증서 구매를 통해 100% 재생에너지원 전력 조달을 완료하고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기업 에게도 이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유통사인 월마트는 2030년까지 10억 톤의 CO2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납품 협력업체의 탄소 절감량까지 계획에 포함 시켰다. OS시장에서 세계 최대 점유율을 갖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달성할 계획을 세웠다. 2050년까지 1975년 설립 이후 배출한 모든 CO2 제거 목표를 수립하고, 협력사에게도 동참을 요청했다. 각국과 기업들이 이상적인 친환경 경영 모델로 꼽는 곳은 스위스다. 스위스의 경우, 현지 소비자와 기업의 환경 의식 수준이 높아 자발적으로 환경 관련 캠페인을 이행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스위스는 비EU국가로 EU 환경정책을 따를 의무가 없으며, 연방정부는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적으로 규제와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 비교적 낮은 제도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스위스의 지방(칸톤)정부, 유통업체, 제조업체,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은 환경 보호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으로 스위스 소재 글로벌 식품 기업 네슬레가 있다. 네슬레는 2025년까지 자사의 대표 제품인 커피캡슐을 포함한 모든 제품의 패키징을 100% 재활용 가능한 재질 또는 생분해성로 대체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스위스의 업사이클링 기업 ‘프라이탁’은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보여주기식’으로 내세우는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 철학을 고수한 덕분에 글로벌 사회에선 대표적인 친환경 모범 사례가 됐다. 김소영 코트라 취리히무역관은 “프라이탁의 사례는 친환경제품을 내세우는 기업의 경우에도 소비자의 윤리의식에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제품의 질을 보장하고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확립할 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