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위기이자 기회”…中企, 탄소중립에 ‘온도차’
정부‧기업, 경제계 친환경 전환에 이목 집중 전통제조업 전환기 시름…관련 산업 성장세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친환경 전환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가운데, 국내 중소기업들은 아직 탄소중립에 대응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기업 간의 거래에도 ESG 경영의 여부를 확인하는 추세다. 대기업은 이러한 생태계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는 중소기업도 탄소중립에 동참해야 하지만,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최근 탄소중립 관련 규제가 국내 산업계의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규정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지난달 14일 ‘킬러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 제2차 회의를 열었다. 정부와 민간이 중지를 모아 산업계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개선이 시급한 킬러 규제 15개를 선정해 공개했다.
이중 ‘민간 투자 분야 등 환경영향평가 규제’와 ‘탄소중립 순환 경제 규제’가 환경 분야 킬러 규제로 분류됐다. 탄소중립 부문의 규제로 기존 설비를 개선 비용과 새로운 공장 등 생산시설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의 고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 생태계 조성은 기업 간 양극화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기업이 ESG 관련 항목을 중소기업에게 요구할 뿐 아니라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새로운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부터 이어진 경기 불황에 새 투자를 준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기도 수원의 자동차 부품 제조 중소기업 관계자는 “주로 해외 업체들과 거래하고 있는데, 거래처 직원들이 ESG 관련 서류나 증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며 “관련 사항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거래 중단 압박이 내려올 수 있다는 말에 ESG 경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설비를 개선해야 될 경우에는 비용 부족으로 거래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전통제조업은 탄소중립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반면, 기회를 맞이한 기업도 존재한다. 친환경을 표방한 기업들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내 대기업들은 이미 친환경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자체적인 친환경 전환뿐 아니라 관련 기업들을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자원순환 분야의 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스타트업의 자체적인 노력으로 투자를 받는 사례도 있다. 2018년 설립된 스타트업 ‘리코’는 음식물 폐기물을 수집해 재활용하는 서비스 ‘업박스’를 운영한다. 고객사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수거해 사료나 바이오디젤 및 가스, 퇴비 등으로 재생산한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시리즈 B 투자로 265억원을 유치했다. 누적투자유치 금액은 300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 기조에 따른 친환경 전환이 국내 경제계의 핵심 사안으로 부상했고, 관련 산업은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면서 “반면, 전통제조업은 비용 및 시간 측면에서 친환경 전환을 시도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과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