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차기 호위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

14일 서울중앙지법에 신청서 제출, 평가점수와 기준 합리성 판단 요구 “불과 2년여 사이 평가 기준 세 차례 개정되며 사실상 입찰참여 제한돼”

2024-08-14     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해군 차기 호위함 건조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한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기각되자 법원 판단을 받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은 14일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건조사업 입찰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에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등을 위한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방사청은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다. 한화오션의 최종 점수는 9만18855점으로 HD현대중공업(9만17433점)을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HD현대중공업은 앞서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 관련 개념설계 등 군사기밀을 촬영해 사내에 공유한 회사 관계자가 지난해 11월 유죄판결을 받음에 따라 이번 입찰의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의 보안 감점을 적용받았다. HD현대중공업은 자신들이 기술 점수에서는 경쟁사를 크게 앞섰다며 보안 감점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탈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가처분 절차를 통해 방위사업청에 기술능력 평가점수 등에 대한 구체적 소명을 요청하고 '방위력 개선사업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기준'의 합리성에 관한 판단을 받을 계획이다. 보안사고 감점이 신설된 것은 2014년 9월이었다. 2018년 3월 국민권익위원회와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은 ‘감점기준이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해 기술 중심의 제안서평가 원칙에 어긋난다’며 방사청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방사청은 이러한 권고를 받아들여 2019년 9월 보안사고 감점 축소, 평가 대상기간 완화 등을 골자로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을 개정(1차)했다. 당시 국민권익위원회에 감점 규정의 문제점을 제기한 회사는 총 7개사로,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과 ㈜한화,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당시 한화지상방산), 대한항공, 퍼스텍, HD현대중공업 등이었다. HD현대중공업은 방위산업진흥회의 회원사 자격으로 동참했다. 방사청이 이러한 건의를 받아들이며 개정이 이뤄졌고, 이로 인해 진입장벽이 낮춰지면서 많은 경쟁력 있는 업체들이 방사청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방사청은 2021년 3월, 보안사고 발생 시 인당 0.1점을 추가 감점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며 2차 개정에 나섰다. 이는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보안사고로 2020년 9월 기소된 후 6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9개월 뒤인 2021년 12월에는 ‘기소 후 1년간’ 적용되던 보안점수 패널티를 ‘기소 후 3년간’으로 연장하는 3차 개정이 이뤄졌다. 3차 개정 후 1년만인 2022년 12월, 방사청은 타당한 설명 없이 단서조항을 추가하여, 2021년 12월 31일 이전에 기소된 경우, ‘기소 후 3년간’이라는 규정을 ‘형 확정 후 3년간’으로 수정(4차)해 HD현대중공업에만 소급 적용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4차 개정은 2022년 11월,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에 대한 보안사고와 관련한 울산지법 판결이 확정된 지 불과 한 달만에 이뤄졌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에 있어 ‘형 확정 후 3년간’이라는 규정을 적용할 경우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보안사고 감점이 언제 끝날지 그 시기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은 자료를 통해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13년 발생한 함정 연구개발 자료 불법 촬영 사건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끼며, 재발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다만, 불합리한 규정 개정에 따라 실제 불이익을 받는 방산업체로 ‘HD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이번 호위함 5, 6번함 입찰 결과로 인해 그간 제기됐던 우려가 현실화 됐으며, 이로 인해 HD현대중공업은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HD현대중공업은 창사 직후인 1975년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후 우리나라가 자체 제작한 최초의 전투함 ‘울산함’을 시작으로, 국내 조선사 중 전투함 수출 분야에서 가장 많은 실적과 성과를 내고 있으며, 우리나라 해양 주권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방위사업을 영위하는 가운데, 자주국방 강국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며 “이번 가처분신청을 계기로, 보안사고 감점제도가 합리적으로 개정돼 공정 경쟁의 토대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