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들, 잇단 전문가 영입…DK, 미래 전략 '전력투구'

4명 중 3명이 서울대 출신…김동관 "어디서든 인재 모셔와라" '재료공학 R&D 탑티어' 최주태 전무, 포스코·현대제철서 경력 '한국인 최초 미국 우주법 박사' 안영신 변호사, 우주법제 검토 'KF-21 사령탑' 류광수 담당, KAI서 고정익기 사업 진두지휘 해군 교육사령관 경력 정승균 부사장 "군함 수출로 국익 기여"

2023-08-15     박규빈 기자
김동관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신 성장 동력으로 선정한 방위산업 계열사들이 이에 따라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는 각 분야별 전문가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필두로 한 관련 사업 회사들이 선제적으로 미래 경쟁력 제고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5일 한화그룹은 채용 홈페이지 '한화인'을 통해 △인턴 사원 5건 △신입 사원 17건 △경력 사원 135건 등 총 157개의 모집 공고를 올려뒀다. 이처럼 전방위적인 인재 확보에 나선 것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이자 차기 그룹 수장으로 꼽히는 김동관 부회장(DK)의 의중에 따른 것이라는 전언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인재가 있으면 어디에서든 모셔오라고 한다"며 "적극 채용 작업을 함에 있어 민사 소송이 걸리는 것엔 개의치 않으나, 형사 소송에 휘말리지만 않도록 조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주태
지난달 초 한화그룹은 최주태 전무를 채용했다. 당시 최 전무는 퇴임한 상태로, 현대제철에서 2년간 고문으로 재직하기로 계약했으나 한화 측이 물밑 작업을 통해 영입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최 전무는 포스코 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시작으로 현대제철 공정기술실장·공정기술센터장·기술품질본부장·기술연구소장을 지내는 등 철강업계에서 연구·개발(R&D)을 경력을 쌓아왔다. 이 같은 이력을 지닌 만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에 배속된 그는 유사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은 전투기·헬리콥터·함정 엔진을 누적 9000대 이상 생산해온 국내외 기체·가스 터빈 엔진 솔루션 부서다. 내연 기관과 철강 전문가의 만남은 언뜻 보기에는 연관성이 없어보이지만 엔진 핵심 부품 소재 면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니켈 합금·티타늄과 같은 엔진 핵심 부품에 들어가는 소재를 개발해 데이터 베이스(DB)화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뒷받침 하듯 올해 1월에는 서울대·한국항공우주학회·한국재료연구원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 과제로 선정된 1000마력급 가스 터빈 엔진 핵심 부품 소재 장(長) 수명화 기술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 개발된 현용 항공용 가스 터빈 엔진은 미사일과 같은 유도 무기에 장착해 10시간 이내로 운용되며 일회성이라는 한계점이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 전무를 활용해 1000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가스 터빈 엔진 부품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안영신
사명에 걸맞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사업부를 통해 다가올 우주 시대에도 대비하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사업의 첫 단추를 꿰는 단계에서부터 우주법과 영어에 능통한 인물을 투입하고자 했고,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차원에서 관련 법제 전문가인 안영신 변호사를 품었다. 서울대 법과대학·제49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9기 출신인 안 변호사는 △부산지방법원 조정위원 △창원지방검찰청 검사시보 △대한항공 사내 변호사 △한진해운 사내 변호사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법학과 항공법·형법·형사소송법 강사 등을 역임했다. 이후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에서 인공 위성에 대한 국내외에서의 규제 검토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미국 네브라스카주립대학교에서는 대한민국 우주법 체제 개선 방안에 관한 논문을 발표해 올해 5월 국내 1호 미국 우주법학 박사 학위 취득자 타이틀을 획득했다. '우주 강국 도약을 위한 국가우주개발체제 혁신 방안'(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국방우주사업관리법 초안'(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SPREC))·NASA-스페이스X 간 계약 방식(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등 제반 기관들의 자문에 응해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각각 도심 항공 교통(UAM)과 위성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그룹 내 여러 회사들로부터 2조원대 유상증자를 받아 부실을 털어내야 하는 한화오션은 방산 수직 계열화 차원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로 편제됐다. 앞서 2014년 안 변호사는 한진해운 파견 근무 당시 모든 계약서를 검토해 2~3년 내 파산 가능성을 경영진에 보고했고, 실제 2017년 회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다. 이 같은 이유로 항공·해운업계 이력을 지닌 안 변호사를 법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뽑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류광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경쟁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부터 고정익기 전문가인 류광수 전 부사장을 전략부문 전략실 전략2팀 담당 임원으로 데려왔다. 삼성항공 시절부터 재직했던 그는 서울대 항공공학과 학·석사 학위 보유자로, 35년간 전투기 개발에 천착해온 베테랑 엔지니어다. 한국형 전투기인 'KF-21 보라매' 사업의 사령탑이기도 했던 류 담당은 KF-X 사업본부장·고정익 사업부문장 등을 거쳤다. 그는 지상 목표물 거리·위치 측정 모듈과 충돌 회피 장치·방법, 3D 전자 지도 시스템, 지형 정보 활용 항법·구동 방법 등 항공 전자 시스템 통합·비행 적합성을 판정한 바 있다. 아울러 적정 소티 수 산출 프로그램 등을 개발, 전투기 항법 관련 체계 개발·특허 완료에 힘썼다. 한화오션은 해군사관학교 44기·3성 제독 출신인 정승균 전 해군교육사령관을 영입해 신설 부서인 해외사업단장을 맡도록 했다. 이달 중순 경 정 전 사령관과 협의를 거쳐 입사일자와 직급을 조율한다는 것이 회사 측 공식 입장이다. 정 단장은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부장·잠수함사령관·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등을 지내고 지난해 8월 전역했다. 전직 중장급 인사가 현업 사업부서장을 맡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정 단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군함 수출을 통한 국익 창출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올해 2월 토마스 앤더슨 미 해군시스템사령부(NAVSEA) 중장은 한화오션을 포함한 국내 조선소 3개소를 둘러봤다. 중국의 해양 굴기에 맞설 건조 능력이 있다고 봐서다. 또한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도 자국의 낡은 왕립 해군 디젤 잠수함 대체를 위해 한화오션 조선소를 찾았다. 현재 복수의 경쟁사들도 관심을 보이는 사안으로, 2026년 경 체결될 경우 60조원 이상의 계약 수주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