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여전채금리 상승에 실적 뒷걸음
카드대출 이용액 5.9%↓…순익 ‘줄고’ 연체율 ‘늘어’ 자금조달 금리 빠르게 올라…미국 국채 금리상승 탓
2023-08-16 김경렬 기자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카드사가 각종 비용 탓에 실속을 차리지 못하고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금융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카드사의 순이익은 줄고 연체율은 늘었다. 경영 여건이 전반적으로 나빠진 가운데, 충당금 추가적립을 비롯한 건전성 관리에 나설 때라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전업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4168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12.8% 감소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총자산이익률은 1.41%로 전년 동기보다 0.14%포인트(p) 내렸다. 전업카드사의 총수입은 늘었지만 이자 비용과 대손 비용 등 총비용은 더욱 크게 불면서 실적에 타격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558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9조9000억원(7.7%) 증가했다. 신용카드 이용액은 461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조4000억원(8.3%) 늘었고, 체크카드 이용액은 97조1000억원으로 4조5000억원(4.9%) 불었다. 다만 일 년 새 이자비용은 6928억원, 대손비용은 5262억원 각각 늘어 총비용은 1조7869억원 증가해 순이익을 끌어내렸다. 카드사의 건전성도 적신호다.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사의 연체율은 1.58%를 기록했다. 반 년 새 0.38%p 상승한 수치다. 이기간 신용판매 연체율은 0.22%p 오른 0.87%, 카드대출 연체율은 0.69%p 상승한 3.67%로 집계됐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지난 6월 말 기준 106.4%로 작년 말(106.7%)과 유사했다. 영업 지표도 시들하다. 올해 상반기 카드대출 이용액은 50조800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5.9% 감소했다. 장기카드대출인 카드론 이용액은 같은 기간 12.8% 줄어든 22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단기카드대출인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28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0.4%) 늘었다. 체크카드 발급 지표 역시 신통치 않다. 지난 6월 말 기준 신용카드 누적 발급매수는 1억2749만장을 기록했다. 이중 체크카드 누적 발급매수는 반 년 새 19만장(0.2%) 줄어든 1억498만장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카드사의 조달금리가 높아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카드사들은 은행과 달리 예·적금 등 수신기능이 없어 여전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가 높으면 이자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악화되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11일 기준 AA+급 3년물 여전채 금리는 연 4.407%로 집계됐다. 여전채 금리는 3%대로 유지되다가 지난 5월 4.010%를 기록, 이후 꾸준히 4%대에서 상승하고 있다. 여전채 금리는 미국 국채 금리의 영향을 받아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경제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가라앉으면 국채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수요가 줄어들면 금리는 올라간다. 미국 재무부에서는 장기채 발행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의 대내외 금융 환경이 불확실한 점을 고려해 카드사들에 부실채권 매각, 채무 재조정 등을 통한 자산건전성 관리를 지도하겠다”며 “여전채 발행 시장 및 카드사 유동성 상황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필요시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