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군 망명 의사" 주장에···월북 사태, 장기화 조짐

조선중앙통신 "킹 이병, 미군 내 인종차별에 반감" 주장 美 "평양에서 나오는 것, 뭐든 의심 가져야" 北, 킹 이병 '홍보 수단' 등 전략적 활용 예상

2024-08-17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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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북한이 월북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망명 의사를 밝혔다고 전하면서 '미군 월북 사태'가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미국은 북한 주장의 신빙성을 의심하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무단 월북한 주한미군 킹 이병이 미국 사회 환멸을 느껴 월북을 결심했고 북한이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보도를 통해 "킹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넘어올 결심을 했다고 자백했다"면서 "불평등한 미국 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하면서 우리나라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 측 카운터파트(동등한 지위를 갖는 상대 측)와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를 시도했으나 별다른 응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미국은 '신중 입장'을 취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관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무부 외신센터(FPC)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평양에서 나오는 것은 무엇이든 의심을 갖고 봐야 한다”며 “평양의 발표를 두고 우리가 걱정을 많이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같은날 정례 브피링에서 "발표 주체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당부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킹 이병이 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 검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의 관망적 태도와는 별개로 월북 초기 우려됐던 '사태 장기화'는 현실화된 분이기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킹 이병에 대한 조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이것만으로도 당분간 킹 이병이 풀려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북한이 킹 이병을 정권 홍보수단 등 대내외서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는 것과 관련, 킹 이병을 동원해 미국을 역으로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대 전 의원(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지난달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 입장에선 킹 이병같은) 이런 복덩어리도 없다"고 평가했다. 김 전 의원은 "최근에 김영철 총 정찰국장이 현직으로 복귀를 해서 미국, 일본하고 마침 큰 판을 구상하던 터에 병사 하나가 왔으니 미국 정부가 북한하고 협상을 제안해 올 것이 분명하고, 그러면 전에 없던 북한이 유리한 대화가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킹 이병은) 북한으로서 상황을 관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이 먼저 제안한 대화에 응하는 형식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명분도 좋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 전략과는 별개로 미국은 송환절차를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커비 조정관은 같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여전히 그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다"면서 "우리는 다른 채널을 통해 북한에 '우리는 그의 귀환을 원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으나 현재로는 많은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