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집단 안보 체제' 논의 관측…전문가들 "이벤트 효과 있을 것"
17일 전문가 3인 '한미일 정상회의' 전망 및 분석 韓 북핵 대응·美 대선 포석·日 군사대국화 동력 국내 부정 여론 과제…안보·역사 '투 트랙' 의견도
2024-08-17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이태훈 기자 |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한미일 3국이 참여하는 안보·방위 관련 협의체 등이 새롭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단 안보 체제 논의가 구체화할 경우 대내외적으로 이벤트 효과가 클 것이란 의견이다. 다만 한일 양국의 군사적 동맹 관계에 대한 국내 여론이 부정적인 만큼 이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매일일보>와 인터뷰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예상대로 3국 안보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면 긍정적 반향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3국 공조를 통해 각각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정 부분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집단 안보 체제를 국제적으로 선언한다면 국내외적인 이벤트 효과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북핵 대비 역대급 집단 안보 체체를 구축했다며 외교 성과로 내세울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내년 대선을 위한 포석으로, 일본은 군사대국화 핵심 동력으로 활용하며 한일 군사 동맹 교두보로 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국 안보협의체 구성 전망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군사적 동맹을 염두에 둔 게 아니겠냐는 의견이 많았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미국 정부는 이미 4개국(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회담인 쿼드(Quad)를 구성한 상태다. 한미일 군사 동맹 역시 이런 형태로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궁극적으로는 나토 같은 군사 동맹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아직 여건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완성해 나가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다자 간 안보 협력에 대해 긍정적 움직임이라는 평가다. 신 교수는 "우리 입장에서 다양한 집단 안보 체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유익하다"며 "한미 동맹이라는 양자 간 군사 동맹도 중요하지만, 나토와 같은 집단 안보 체제와의 관계 강화도 중요하다. 한미일 3각 협력 체제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3국의 공조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고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역사 문제로 얽힌 일본과 안보 협력 관계까지 발전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상당한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3국 안보 동맹이 성사된다면 국내 여론은 윤석열 정부가 풀어가야 할 과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평론가는 "한국과 일본이 군사 동맹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국내 여론이 부정적"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동안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한일 군사 동맹을 끌어올리려는 의도인데, 국내 여론이 그것을 지지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 교수는 한일 안보 협력 관계에 대한 국내 부정적 여론을 언급하면서 안보와 역사 각각 해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일본과 역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런 집단 안보 체제 논의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주장을 할 수 있다"면서도 "역사 문제는 역사 문제대로 풀어가고, 현재 시급한 사안인 안보 문제는 안보대로 해결하는 '투 트랙'(two track)' 접근이 필요한 상황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정상회의에서 일본이 지난달 출범한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 동참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박 평론가는 "일본이 NCG에 참여하는 것은 시기 상조로 보인다"며 "미국의 압박과 일본의 공세로 인해 한일 군사 동맹 수준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 평론가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그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가능한 전 분야에 걸쳐 '한미일 군사 동맹'을 향한 조치를 기정사실로 만들고자 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도 그것을 원하기 때문에 미 정부 뜻이 그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간 한미는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일본 참여 여부와 관련해 한미 양자 간 집중하고 있다는 뜻을 밝혀왔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동맹국이나 우방국이 핵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미국이 가진 군사력을 통해 전쟁을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3국이 역내 공동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만큼 이를 위한 안보협의체 등 확대 가능성도 일부 거론되는 상황이다. 실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블룸버그통신 서면 인터뷰가 보도된 지난 16일 별도 공지를 통해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의 일본 참여 여부에 대해 "3자 정상회의 의제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NCG와는 별도로 확장억제 관련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해 열려 있다는 것은 그간 밝혀온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당장은 어렵더라도 일본이 NCG에 참여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신 교수는 "현재 시점에서 일본을 NCG에 동참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부정적이지만, 필요하다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논의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일 공조가 구체화되면서 '한미일 vs 북중러' 대립 관계가 심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박 평론가는 안보 등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는 것과 관련해 "(한미일과 북중러 대립으로 인해) 당연히 안보 위협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 정부의 외교적 고립도 심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평론가도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군사 동맹이 가시화하면 러시아와 중국은 반발할 것"이라면서도 "이와 관련해 일련의 군사적 시위 행위도 이어질 수 있겠지만, 실제 군사적 도발까지는 나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미 전 세계가 신냉전 시대로 접어든 만큼 한미일 vs 북중러 대립 관계는 피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한 사례에 비춰볼 때 이제 더 이상 '중립 외교'가 가능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지 않더라도 '신냉전'이 시작됐기 때문에 북중러 관계는 돈독해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시점은 중국과도 잘 지내고, 미국과도 잘 지내는 이른바 '등거리 외교'(각 나라에 같은 비중을 두는 중립 지향 외교)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중립국이었던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보면 알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도 서방 진영에 편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 교수는 "적지 않은 정치학자들은 중국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즉 중국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가능성은 과거의 상황일 뿐이며,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중단한 '한국행 단체 여행'을 전면 허용한 것은 한미일 vs 북중러 대립 우려를 일부 해소시키는 긍정적 조짐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간 관계 회복 양상과 중국의 경제 상황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 평론가는 "한미일 정상회의 타겟이 중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인 것"이라며 "경제적으로는 중국의 내수 경제, 즉 경기침체에 대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교수도 "중국의 외교 행태를 보면 강하게 나오는 측에는 약하고, 약하게 나오는 측에는 강한 면모를 보인다"며 "또 중국 소비 위축 등 경제 위기 탈출구로써 한국 단체 관광 허용을 이용하려고 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평론가의 경우 대중 전략과 관련해 한미일 정상회의가 전환점이 될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대중 전략 방향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바이든 정부는 대중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전략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감축) 전략으로 전환을 시도 중"이라며 "그런 점에서 3국 정상이 디리스킹 전략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