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방위비분담에도 ‘비정상의 정상화’ 가능할까
美 ‘제도개선’ 싫고 ‘증액’ 원해 韓 곤란한 입장…시간 촉박해 문안협의 병행
2014-12-11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내년 이후부터 적용될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 협정에서도 박근혜정부 국정기조인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관련 한·미 양국 간 ‘제9차 고위급 협의’가 11일 외교부 청사에서 이틀째 회의를 이어갔다.기존 협정 만료까지 이제 2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고, 협상 타결에서 협정문 작성과 국회 비준까지 통상 2개월이 소요된다는 물리적 시간을 감안할 때 이미 너무 늦은 시점이기는 하지만 양국간 이견을 좁히기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분담금 관련 제도 개선 문제가 ‘총액 협상’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은 ‘공평 분담’을 내세워 증액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협상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부는 분담금의 미(未)집행·이월, 주한미군 기지 이전사업으로의 전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담금 사용의 사전 협의체계 또는 주기적인 사용내역 검토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제도 변경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여기에 더해 미국 측은 올해 우리나라의 분담금 8695억원보다 다소 증액된 9000억원 초반대 이상의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비대칭적인 한미관계에서 오는 관성과 함께 올해 초 발동된 ‘씨퀘스터(미 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우리가 미국에 지급한 방위비 중에 미집행금이나 부당전용 금액이 엄청나다는 것이 알려진 상황에서 눈에 띄는 제도 개선 없이 증액을 받아들이는 것은 박근혜정부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박근혜정부가 최근 내세우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국정기조에 정면 배치되는 ‘굴욕외교’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국내 정치에서 잃은 인기를 국제외교에서의 ‘원칙주의’로 극복해온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한편 정부 관계자는 “현재 시간이 없는 만큼 협상과 문안작성 협의를 병행 진행하고 있다”며, “오늘 협의가 끝날 가능성은 별로 없고 내일이나 하루 이틀 정도 내부 협의 시간을 갖고 회의를 더 이어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