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안보협력체 본격 출범…'한일 군사협력' 부정 여론 극복 관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서 3국 협력 제도적 기반 구축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으로 안보 위협 등 대응 명문화 사실상 한미일 군사동맹 전환…"국내 여론 지지 불확실"

2024-08-20     염재인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한미일 정상이 3국의 공동 위협에 대한 공조 방안을 담은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을 채택했다. 그간 미일·한미 동맹이 별개로 유지된 것에서 나아가 한미일 3자 협력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는 평가다. 다만 전문가들은 역사 등 문제를 고려할 때 국내 여론이 한일 관계가 군사 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일본 정상은 지난 18일(현지시간) 3국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 DC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 후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우리 세 정상은 '새 시대를 향한 3국 협력'의 의지와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다자회의 계기가 아닌 처음으로 단독으로 만난 3국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정신, 협의 공약 등을 채택하면서 협력에 대한 제도적 기반과 명문화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한미일은 안보·경제를 망라한 포괄적이고 다층적인 협의체를 구축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협력체로 발돋움했다. 한미일 정상은 3국 협력 방향을 명시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Spirit of Camp David),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 등 3건의 결과 문서를 채택했다. 특히 한미일은 '공동 위협에 신속 협의'를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3국 안보 협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 안보 등 위기가 발생할 경우 3국이 협력을 강화해나가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안보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한 신속 협의를 명문화한 것으로 한미일 안보 협력 수준이 비정기적인 대북 공조에 머무르던 이전과는 한 발 나아간 것으로 분석된다.  그 일환으로 올해 말까지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의 실시간 공유체계를 가동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증강된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 등을 추진키로 했다. 정상들은 또 3국의 조율된 역량과 협력 증진을 위해 3국 훈련을 연 단위로 실시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간 역사 등 문제로 민감한 한일 관계로 인해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은 별개로 유지된 바 있다.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이 최소 연 1회 이상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하면서 확실한 3자 협력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는 평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3국 정상회의 정례화에 대해 "북중러를 향해 한미일 3국 간 집단 안보 체제를 더 공고히 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를 더 안정적으로 제도화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훈 평론가도 "한미 군사 동맹이 사실상 한미일 군사 동맹으로 전환됐다는 의미"라며 "최근 한일 관계가 이전보다 정상화됐다고 하지만, 군사 동맹까지 나아가는 것에는 여러 장애 요인을 갖고 있기 때문에 3국 정상회담 정례화로 이를 성사시키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일본에 대한 국내 정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한일 군사 동맹 수준으로 결과가 도출된 만큼 국내 여론 극복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평론가는 "한일이 군사 동맹으로 가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 여론은 부정적인 상황"이라며 "국내 여론이 이를 지지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기조가 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특히 외교의 중심에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평론가는 "(외교 기조가) 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전환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수위인데, 좀 과도하다는 것이 문제"라며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 과도하게 미국 편향적으로 나아가면서 대중 수출과 투자에서 손해를 본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성적표는 준 것은 분명한데, 받은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외교는 특정 시점에서 얻은 것만으로 평가 내리기 어렵다"며 "그런 점에서 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윤 대통령의 직진 본능과 단순한 의사결정 방식을 고려할 때 끝까지 실익을 챙겨나갈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박 평론가도 한미일 3국 안보 체제에 대해 "미국이 기획하고, 일본이 주인공이며, 한국은 사실상 큰 역할이나 이익이 없고 들러리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며 "미국의 아·태 전략에 손을 들어주고,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박수를 쳐 주는 형식"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미일 관계는 파트너 관계라는 점에서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신 교수는 "예를 들어 과거 진보 정권이 북한에 퍼주기를 했던 것은 분명히 실체가 있었다"며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파트너 관계로 일방적인 퍼주기라는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