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상장사’ 우후죽순…10곳 중 4곳 이자 못 내

국내 상장법인 43.8%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고금리, 경기 둔화 영향...좀비기업 속출 경고음

2023-08-20     이광표 기자
국내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상장사 절반 가량이 돈을 벌어도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여전히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런 부실기업은 2분기에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집계가 가능한 국내 상장법인(코스피·코스닥) 1665개사의 올해 1분기 이자보상배율을 분석한 결과,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곳은 730개(영업적자 603개 포함)로 전체의 43.8%를 차지했다.  에프앤가이드 조사 기준으로 지난해의 경우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비율은 33.7%(영업적자 583곳 포함 726개사)였다. 상장사 3곳 중 1곳이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 고금리 탓에 지난해보다 부실기업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 2022년에 이어 올해(1분기 기준)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인 곳도 많았다. 한국전력,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알테오젠, 루닛, 오스코텍, 신풍제약, 보로노이, HLB생명과학, 레고켐바이오, 이오플로우, 롯데관광개발, 에스티큐브, 하이드로리튬, 제이엘케이, 엔케이맥스, 젬백스 위지윅스튜디오, 솔트룩스, 네패스, 이엔플러스, 네이처셀, 케이엠더블유,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신라젠, 뷰노 등이다. 기업 부실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보다 한계기업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농후해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중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상장사 중 17.5%가 한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장사 중 한계기업 비중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16년 9.3%에서 2017년 9.2%, 2018년 11.2%, 2019년 13.7%, 2020년 15.2%, 2021년 16.5%, 2022년 17.5%로 꾸준히 오르며 6년 새 2배가량으로 늘어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재무지표가 공개된 외부감사대상 기업 2만327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한계기업은 증가 추세다. 지난해 3017곳으로 1년 새 241곳(8.7%)이나 늘어났다. 특히 한계 상황에 처한 기업이 늘어나는 속도도 부쩍 빨라졌다고 짚었다. 전체 외부감사 기업에서 '좀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2.9%로 2017~2022년 연평균 10.1%씩 증가했다.  더욱이 올해는 지난해보다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 한국은행의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점차 완화되던 수출 감소세는 지난달 다시 악화했다. 민간부채가 증폭된 점도 우려 요인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빚투(빚내서 투자)'가 꺾이지 않으며 지난해 민간부채가 4833조원으로 늘어났다. 한번 한계기업으로 진입하면 그 빈도가 여러 차례 이어지면서 만성화되는 경향이 큰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박찬균·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한계기업이 다음 해에도 한계기업에 머무를 확률은 2002년 68%에서 2017년 75%로 높아졌다"라면서 "한계기업 상태에 진입한 기업이 한계기업을 벗어나는 데 소요된 평균 시간은 3.8년으로 10년 넘게 한계기업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