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電 부진·현대차 정점론…中 악재까지 겹친 증시 ‘사면초가’
반토막 난 상장사 영업실적…하반기도 가시밭길 예고 삼성전자 부진·현대차도 피크아웃 우려…'수출주' 비상
2024-08-20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상장사들의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우며 하반기 국내 증시도 암울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내 상장사들의 경우 상반기 지난해보다 더 많이 팔고도 번 돈,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을 낸 데다가 중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진 탓이다.
상반기를 바닥으로 반등만 남았다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현재 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도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 흐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회사 615개사(689개사 중 금융업, 분할·합병, 감사의견 비적정 회사 등 74사 제외)의 상반기(1~6월) 누적 연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28% 늘어난 1390조5477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상반기 영업이익은 53조1083억원에 머물며 전년 동기(111조6807억원)보다 무려 52.45% 쪼그라들었다. 순이익 역시 37조6886억원으로 같은 기간 57.94% 줄었다. 경기의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대형사의 타격이 컸다. 특히 삼성전자는 상반기 1조308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치며 코스피 실적을 끌어내렸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무려 95.36% 줄어든 수치다. 재고를 줄이기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4월부터 반도체 감산에 나섰지만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며 업황 개선은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공백을 현대차가 메우고 있다는 평가지만, 역시 하반기 양호한 실적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현대차는 1분기와 2분기, 상장사 최대 영업익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9.52% 증가한 7조8306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글로벌 수요 둔화가 현실화하며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전환)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 하반기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 열쇠를 쥔 중국의 경제 상황도 녹록치 않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주가와 원화값이 떨어졌다. 2700선을 넘보던 코스피는 2500을 위협받는 상황이고, 1천선을 향해 달려가던 코스닥지수는 870대로 주저앉았다. 원·달러 환율도 요동치고 있다. 앞서 코스피가 중국발 이슈로 단기 급락한 사례는 두 번 있었다. 2015년 8월 11일 중국 경기 둔화와 위안화 평가절하로 상하이종합지수가 급락하자 코스피도 2주간 7.8% 하락했다. 2021년 9월 28일 중국의 헝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당시 2주간 코스피는 7.4% 떨어졌다. 당장 유동성 측면에서 보면 중국 부동산 위기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중국에서 이탈하고, 위안화와 원화가 동반 약세를 지속하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지속할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이 중국 부동산 유동성 문제 영향을 점검한 결과 일차적으로 부동산 개발업체 유동성 문제로 업계 연쇄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있고 채무조정도 불가피하지만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중국 경기 부진과 위안화 약세로 우리 수출 회복이 더뎌지면 원화 약세를 유도해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전 세계 위험 회피 심리 확산으로 주식 할인율 부담이 높아지면 주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쉽게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과 국고채 금리 상승도 약세장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위험이 코스피 조정의 본질적 요인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국내 일부 업종에 대한 과한 쏠림과 기업 실적 정체, 미국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의 전고점 돌파가 더 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시중금리 상승은 주가와 지수 할인율 상승으로 이어져 주가수익비율(PER) 또는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높은 주식의 조정 또는 변동성 확대 원인이 된다"며 코스피 저점을 2,450 부근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중국 위험이 전 세계 경제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며 주가 조정폭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중국 정책당국이 개선된 현안 인식을 통해 적극적인 정책 대응에 나서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발 경제위기 또는 시스템 위험(리스크)으로의 비화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부동산 위기와 경기 불안이 환율 변동성을 키워 외국인 수급 부담을 높이겠으나 반도체 업황 회복세, 경기선행지수 상승이 진행 중인 우리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주가 급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 증시의 여름 조정과 가을 반등 전망을 유지한다"며 "가을 반등 폭은 올봄 랠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미국 주거비 하락분을 반영하면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안정화와 실적 개선세가 주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위안화와 동조 흐름을 보이는 원화 환율도 추락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달 초만 해도 1280원대 수준이던 환율은 1340원대까지 빠른 속도로 오르며 연고점에 도달했다. 지난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7원 하락한 1,338.3원에 마쳤다. 환율이 하락세로 마감한 것은 지난 7일 이후 8거래일만이다. 중국 신용 위험과 경기 둔화 위기에 상대적으로 미국 경기 모멘텀이 두드러지면서 달러화 강세, 위안화와 원화 등 신흥국 통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무역수지 악화는 원화 약세 요인이 된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경기 부진은 위안화 약세 요인"이라며 "중국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위험에 놓여 위안화가 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부동산 신용 위험과 미국 연준 긴축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3분기에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후반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4분기에 연준 긴축이 마무리되고 중국 경기 우려가 완화하면 1,200원 중반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