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이 ‘이적행위’했다는 北…공포정치 서막

구체성 없는 “적대세력 편승” 비판…대화 개진만으로 ‘장성택 일당’ 매도 가능성

2014-12-11     장야곱 기자
[매일일보]북한이 최근 숙청한 장성택을 ‘이적(利敵)’ 행위자로 몰아가는 조짐이 보여 우려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이적’이라는 내용은 없이 막연하게 ‘적대세력들의 반공화국 책동에 편승한 만고의 역적무리’라고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 특히 문제이다.장성택이 그동안 북한 내에서 ‘경제개혁’과 ‘남북대화’를 주도했던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극단적 대결주의자들의 목소리에 짓눌려 아무도 장성택과 ‘비슷한’ 느낌이 나는 정책이나 의견을 개진할 수조차 없는 분위기가 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북한의 독재집권당인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자 신문 사설에서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 남조선 괴뢰역적패당’의 위협을 거론하며 “장성택 일당은 적대세력들의 반공화국 책동에 편승한 만고의 역적무리”라고 주장했다.이는 지난 9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장성택 숙청을 결정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결과를 보도하며 ‘장성택 일당’이 “반공화국 압살 공세에 투항했다”고 밝힌 것보다 한걸음 나간 것으로 평가된다.조선중앙방송이 11일 내보낸 강원도 인민위원회 간부들의 ‘장성택 비난 반향’에서는 “장성택 일당이야말로 리승엽과 박헌영 일당과 꼭 같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마땅한 극악한 종파 무리”라는 주장까지 나왔다.일제시대 대표적인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였던 박헌영과 리승엽은 해방직후 미군정하 서울에서 남조선노동당(약칭 남로당)을 창당했다가 1948년 월북해 북한체제 건국에 참여했던 거물급 인사들로, 1950년대 김일성에 의해 ‘미제의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사형당했다.이렇듯 북한에서는 ‘장성택 흔적 지우기’의 일환으로 당간부와 일반 인민들의 목소리를 빌어 장성택에 대한 비난 발언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데, 이들이 장성택의 ‘이적행위’를 비판하면서 그게 어떤 행위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 커진다.누구든 공개석상에서 “저 사람은 장성택 추종자다”라거나 “그 주장은 장성택이 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지목당하는 것만으로 숙청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고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북한식 ‘매카시즘’ 광풍으로 그렇지 않아도 경직되어있는 체제를 더욱 경직시킬 수 있다.한편 장성택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때와 올해 2월 3차 핵실험을 감행할 때 그리고 4월 초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선언하고 북측 근로자들을 철수할 때 계속해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