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글로벌 ‘경제 무기화’ 서막… ‘불황돌파’ 급선무
미국, 유럽, 중국, 자국 산업 중심 정책 강화… 국제경제 블록화 우려 韓기업 10곳 중 3곳, 수출 감소 품목 대상 국가로 '중국' 지목 對아세안 수출 활성화… '품목 및 교역국' 다변화 전략 유효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글로벌 악재가 터질 때마다 우리 기업 수출입 활동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정 국가에만 의존하는 산업 구조를 탈피해, 교류국·산업품목·공급망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럽, 중국 등은 자국 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을 담은 각종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제경제 판도가 바뀌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산업계는 취급 품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수출 제조업체 122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 사태 전후 수출 변화상 조사’를 살펴보면, ‘수출물량이 감소한 품목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36.3%로, ‘수출물량이 증가한 품목이 있다’고 답한 기업 20.2%보다 16%가 높았다.
수출 감소의 주요 원인은 대부분 글로벌 외교의 관계의 악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우리 기업들이 수출이 감소한 품목의 대상 국가로 가장 많이 꼽은 곳은 중국이었다. 전체 기업 중 39.4%가 중국을 지목했는데, 2위인 미국(21.0%)과 반일감정으로 경제 교류까지 막혔던 일본(14.4%)보다도 크게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미일 3국 정상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현실화해 조만간 중국의 경제 보복이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업계가 특히 염려하는 부분은 핵심 원자재에 대한 수출 통제다. 현재 국내는 물론, 미국과 중국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핵심 산업은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분야다. 그런데 리튬 등 배터리로 쓰이는 광물자원과 반도체의 핵심인 희토류, 의약품 원자재 등의 절대다수가 중국에서 나온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견제에 맞서 광물자원과 희토류 등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선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핵심광물은 특정국가에 매장·생산이 집중돼 있으며, 대체재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의 글로벌 생산 점유율은 2021년 기준 희토류 60%, 텅스텐 84%이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체 원료의약품 전체 수입액 20억 155만달러 중 중국에 의존하는 비율은 34%라고 전했다. 한국이 미국의 최우방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할수록, 중국산 자원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만 중국의 견제를 받게 된다. 하반기에도 불황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편 유럽연합(EU)은 대기업에게 강도 높은 ESG 경영 의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유럽 진출을 원하는 기업들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협력 업체에게도 친환경 의무를 강요해 유럽산 소부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사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기업에게 인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공급망 실사 의무를 부여하고 위반 시 제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영국 재무부는 탄소 배출량이 많은 분야에 종사하는 대기업은 올해부터 새로운 넷제로 정보 공개 요건을 적용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사회가 자국 중심 기조를 강화함에 따라, 국내사들은 교역국 다변화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대한상의 측은 “경쟁사의 저가공세, 자국산 선호경향, 보호무역주의 등에 맞서려면 결국 수출전략을 대대적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국가로 편중되어 있는 수출대상국을 다변화하고, 중간재 중심에서 수입선 대체가 어려운 소비재와 첨단분야 고위기술 제품 중심으로 수출품목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기업계와 정부가 아세안 국가에 대한 교류의 폭을 넓히면서 만회가 가능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17일 “대(對)아세안 수출은 2023년에도 소비재 수출이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비재 수출 상위 10대 품목 중 8개 품목(화장품, 플라스틱, 조제식료품, 담배, 의약품, 음료수, 조미김, 살충제)의 수출 비중이 증가해 현재 국내 소비재 수출 ‘4위 지역’으로 성장했다.
김꽃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가공식품·애완동물 사료 등 잠재성 있는 품목들의 수출이 증가하고 아세안 시장으로의 수출이 증가하며 새로운 품목과 시장으로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다며 품목 및 교역국 다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