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K-OTT 대표 주자가 필요한 이유
매일일보 = 김영민 기자 | 2012년 7월 지상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POOQ(현 웨이브)' 론칭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지상파 4사가 투자한 콘텐츠연합플랫폼(현 콘텐츠웨이브)은 당시 K-콘텐츠를 앞세워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바쁜 생활 때문에 지상파 본방송을 보지 못하는 경우 많았기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지상파 프로그램을 주문형비디오(VOD)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기대가 컸다. 그래서 현재까지도 웨이브는 거의 매일 이용하는 최애(最愛) 앱 중에 하나다.
웨이브는 티빙 등과 함께 토종 OTT로 꾸준한 인기를 얻으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듯 했으나 11년차를 맞은 현재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티빙 등 다른 토종 OTT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토종 OTT들은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거대 OTT에 맞서기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제작비까지 늘어나는 추세여서 적자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여기에 '누누**'이라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생겨나면서 OTT 업체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불법 스트리밍 논란이 커지자 누누**가 퇴출되긴 했으나 불과 몇개월 만에 제2의 누누**인 '**몬'이 등장하며 불법 스트리밍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누누**이 퇴출됐을 당시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등 토종 OTT 4사의 월 사용자가 100만명이 늘어나기도 했다. 누누** 중단 첫날에는 4개사 사용자수가 적게는 5%에서 최대 18%까지 늘었다고 한다. 그만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OTT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의미다.
불법 스트리밍 문제와 함께 제작비 상승도 토종 OTT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거대 자본인 외산 OTT들과의 경쟁을 위해 토종 OTT들은 막대한 돈을 들여 자체 콘텐츠 제작에 집중할 수밖에 없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경쟁력의 약화로 토종 OTT가 위기를 맞으면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 등 외산 OTT에 안방을 완전히 내어줄 수밖에 없다. 글로벌 OTT를 상대로 '규모의 경제'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종 OTT는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 공략을 통해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OTT로 거듭나야 한다. 국내 OTT 시장이 2조원대 수준이라면 글로벌 시장은 100조가 넘는다. 결국 K-콘텐츠의 인기를 앞세워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K-POP, K-드라마, K-영화 등 K-콘텐츠가 갖는 경쟁력을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넷플릭스가 수십개의 국어로 더빙, 자막 등을 제공하는 것처럼 콘텐츠 투자 이외에 많은 비용이 든다.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투자가 불가피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토종 OTT의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 최근 CJ ENM과 콘텐츠웨이브의 합병설이 나도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어떤 OTT가 됐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면 힘을 합치는 것이 맞다. 정부도 불법 스트리밍 단속과 함께 K-OTT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앞으로 콘텐츠 시장은 더욱 큰 먹거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넷플릭스라는 거대 공룡에 대항하기 위해서 자본력과 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대표 K-OTT를 통해 안방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K-콘텐츠 유통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