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되자마자 '빚의 굴레' 빠진 청년들…은행 연체율도 역대 최고
20대 이하 연체 5년새 7.5배…30대도 3년만에 최고 한은 "소득기반 취약…연체율 빠르게 오를 가능성"
2023-08-21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미성년자에서 이제 막 성인이 된 만 19세와 20대의 빚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령 특성상 직업이 아예 없거나 고용마저 불안한 이들이 전세나 월세 자금을 대출받고는 이자조차 제때 갚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더구나 한국은행은 소득 기반 등이 취약한 30대 이하의 연체율이 당분간 계속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선 청년층의 과도한 빚이 금융불안, 소비위축은 물론 저출산까지 부추길 거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과 19개 시중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만20대 이하 연령층의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4%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의 시계열상 2018년 3분기 말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사실상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2018년 이전 연령별 연체율이 취합되지 않았지만, 최근 5년 사이 부동산 가격 급등과 저금리 등으로 20대의 대출과 연체액이 급증한 만큼 연체율도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실제로 20대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34조2500억원으로 2018년 9월 말(13조4700억원)의 2.54 배에 이른다. 같은 기간 해당 연령대의 연체액도 200억원에서 7.5 배인 1500억원으로 뛰었다. 30대·40대·50대·60세 이상 연령층의 연체율은 2분기 말 기준 각 0.17%, 0.21%, 0.20%, 0.21%였다. 30대의 경우 2019년 3분기 말 0.17% 이후 가장 높고, 40대는 2019년 4분기 말 0.21% 이래 최고 기록이었다. 50대와 60대는 각 2020년 2분기 말 0.20%, 같은 해 1분기 말 0.22%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특히 '20대 이하' 연령층을 세분해 '19세 이하'와 '20대'로 나눠보면, 19세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올해 2분기 말 현재 20.0%에 이르렀다. 2022년 1분기 말까지 줄곧 0%였던 19세 이하 연체율은 지난해 2분기 말 12.5%에서 불과 1년 사이 7.5%포인트(p)나 뛰었는데, 이는 주택금융공사 보증부 청년 전·월세 대출 정책 금융상품의 영향이 크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경제 취약계층인 청년층의 전세보증금과 월세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이 상품은 만 19세 이상 30세 이하 청년 가운데 '무소득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당연히 연체 발생 가능성이 커 일반 시중은행들이 판매에 소극적인 반면, 이 상품의 비대면 대출 절차까지 갖춘 카카오뱅크가 전체 청년 전·월세 대출 상품의 약 60% 이상을 취급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19세 이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6월 말 현재 27.0%까지 치솟았고, 나머지 은행들의 19세 이하 연체율도 4.2%로 높아졌다. 다른 시중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은행 한 관계자는 "주로 학생이나 비정규직 청년들이 원룸 등의 전·월세를 얻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직업이 없거나 일정하지 않고 금융과 신용에 대한 개념도 희박하기 때문에 연체율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은도 청년층의 부실 대출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신용등급)의 연체율을 보면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 연체율이 최근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 가운데 30대 이하 차주(대출자)의 비중이 과거보다 높은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2013∼2019년 취급된 가계대출 가운데 30대 이하 차주의 대출 비중은 29.6%였지만, 2020∼2021년 가계대출의 경우 같은 연령층의 비중이 38.3%로 커졌다"며 "해당 차주들의 소득 기반이 여타 연령에 비해 취약한 만큼, 한동안 30대 이하를 중심으로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게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청년층의 빚 부담은 금융시스템의 잠재 불안 요소이자 저출산 현상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수년 사이 주택 매매 가격은 물론 전월세 시세도 뛰면서 젊은 층이 갈수록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며 "젊은 층의 빚이 늘어날면 늘어날수록 이자 부담 등으로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춰지고 아예 혼인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