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채 상병 사건 '격론'…與 "수사단장 항명" vs 野 "외압 정황"
법사위·국방위, 21일 고(故) 채 상병 사건 현안질의 '외압' 유무 핵심…국방부 재검토 결과 사단장 혐의 삭제 이종섭 "특정인 제외 지시 없었어"…'외압' 의혹 부인
2023-08-21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여야가 수해 실종자 수색 도중 숨진 고(故) 채 상병 사건에 대해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사건 이첩을 국방부가 보류한 것과 관련, 정당한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반면 여당은 박 전 단장의 항명 혐의에 집착하며 맞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국방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고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에 대한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핵심은 박 전 단장이 주도한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이 있었느냐다. 앞서 박 전 단장은 지난달 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결재까지 득한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갑자기 국방부는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반발한 박 전 단장은 직위 해제됐다. 해당 수사 보고서에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해 총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외압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하급 간부들에 과중한 책임이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국방부 조사본부가 이날 발표한 '해병대 순직사고 재검토 결과'에 따르면 임 사단장과 박상현 7여단장 등 4명에 대해서는 혐의를 특정하지 않고 사실관계만 적시해 경찰에 송부하기로 했다. 먼저 열린 법사위에서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있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건 당시) 유속이 얼마나 빨랐냐면 장갑차가 들어갔다 5분만에 나왔고, 물이 너무 탁해서 실종자를 찾을 수가 없고 물에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며 "근데 구명조끼, 안전장구는커녕 로프도 없이 허리깊이까지 수색하게 만든 게 사단장이다. 이게 업무상 과실치사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박용진 의원도 "사건을 이첩하는 게 박 전 단장 본인의 권한이고 역할이다. 수사권한이 군에 없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법무관리관이 박 전 단장에게) 왜 5번이나 전화를 해서 이래라저래라 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수사단장도 군인으로서 상관의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있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굳이 이첩 보류 명령을 어기고 (박 전 단장이) 그와 같이 성급하게 (사건을) 보내야 할 이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형수 의원도 "박 전 단장이 참석한 참모 회의에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이첩 보류를 지시한 뒤 사령관이 그 지시를 번복한 적이 없는데도 이첩을 했다면 당연히 항명"이라고 강조했다. 오후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도 여야 공방은 이어졌다. 이들은 특히 고 채 상병 사건 출석 대상자를 놓고 격론을 벌였는데, 야당은 해병대 사령부와 수사단 관계자는 대거 불참하고 국방부 인사들만 출석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여당은 이날부터 진행되는 을지연습을 고려한 출석이며, 수사 대상자를 부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대응했다. 한편 국방위에 출석한 이 장관은 "장관을 포함하여 그 누구도 (이첩 대상에) 특정인을 제외하라거나, 특정인들만 포함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