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가짜 뉴스 해결사' 아닌 '국민 소통 해결사'가 필요하다

2024-08-22     조현정 기자
조현정
결국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조만간 '후보자' 꼬리를 떼고 방통위원장에 임명될 전망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으로 재직하며 이른바 '방송 장악 문건'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아들의 학교 폭력 의혹, 20억원 부동산 시세 차익 등 숱한 논란을 뚫고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 지명 직후 일부 언론을 "공산당 기관지"로 비유하며 국민 앞에 다시 등장한 모습은 방통위원장으로서 휘두를 칼바람을 예고하는 듯하다. 이 후보자는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 청문회에서 "가짜 뉴스 확산, 포털 알고리즘의 편향성 등 새로운 형태의 피해로부터 이용자 보호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며 사실상 자신의 칼 끝이 '가짜 뉴스'를 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회에 사전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도 방통위가 가장 시급히 확보해야 할 예산으로 '가짜 뉴스 대응 예산'을 꼽았다. 뉴스를 생산하는 입장에서 가짜 뉴스의 폐해가 심각한지를 자문해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 부정확한 뉴스가 많고, 사실이 아닌 뉴스도 많지만 가짜 뉴스로 사회가 혼란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언론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이도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 후보자가 공직자로서의 지난 행적을 따라가 보면 이 때의 '가짜 뉴스'는 현 정권에 불리한 뉴스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윤 정부가 출범하면서 제기되는 수 많은 의혹들은 모두 '가짜 뉴스' 또는 '음모론'으로 취급하며 오히려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갑작스러운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과 '바이든-날리면' 논란, 대통령 관저 이전의 '천공' 개입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까지 무엇하나 시원하게 해소된 적 없다. 야당이나 시민 사회에서 의혹을 제기하면 여당과 대통령실은 '가짜 뉴스'라는 틀로 대응하기 급급했다. 참다 못한 윤 대통령은 '가짜 뉴스 해결사'로 이 후보자를 낙점한 셈이다. 그렇다면 가짜 뉴스, 음모론이 갑자기 이번 정부 들어 활개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그 원인은 '공산 전체주의 세력'이 아니라 윤 정부에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기되는 의혹에 어느 것 하나 설득력 있는 설명이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은 진실을 요구하며 따져 묻는데 정부는 어물쩍 넘어가려고 할 뿐이다. 그러면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의심이 자라날 수 밖에 없다. 설명 부재의 공간에 어떠한 설명을 만들어서라도 채우려 하고 이 과정에서 가짜 뉴스, 음모론이 싹트는 것이다.  음모론이 모두 가짜가 아니라는 점도 이러한 상황을 추동한다. 우리는 의심의 영역에 있던 정권의 선거 개입 음모론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과 국방부의 대선 개입으로 실체를 드러냈던 경험이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도 마찬가지다. 음모론이 아니라 진짜 음모였다. 사회학자 전상진은 <음모론의 시대>라는 책에서 음모론을 '통치 음모론'과 '저항 음모론'으로 나눠 설명한다. '저항 음모론'은 약자, 피지배자가 저항이나 항의 수단으로 음모론을 활용한다면 '통치 음모론'은 이러한 비판을 하는 사람의 자격 자체를 문제 삼는다. 미국의 매카시즘, 한국의 빨갱이 낙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공산 전체주의 세력'이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는 윤 대통령도 음모론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의혹에 대한 투명한 설명과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 가짜 뉴스를 막는 길이다. 설명 없이 책임지지 않으려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음모론을 불러온다. 윤 대통령은 '가짜 뉴스 해결사'를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소통 해결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