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빚으로 버티는 기업… 中企 10곳 중 6곳 이자 못 내

5대 시중은행 기업대출잔액 7월에만 6.5조 급증 중기대출 중심 연체율 상승...건전성 우려 확대

2024-08-23     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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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이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기업대출 잔액이 6조5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잔액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은행권의 기업대출 연체율마저 상승하면서 건전성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38조8919억원으로 전월(732조3129억원) 대비 6조5790억원 증가했다. 지난 6월 기준 기업대출 잔액 증가 폭이 5조3242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7월 들어 증가폭이 1조원 이상 확대됐다. 이는 5월(+6조9109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 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7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12조6824억원으로 한달 새 3조5811억원 증가했다. 6월에는 증가폭이 4618억원에 그쳤지만 7월에는 8배 가까이 확대된 것이다. 반면 대기업 대출 잔액은 증가세 둔화됐다. 지난달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126조2095억원으로 전월(123조2116억원) 대비 2조9979억원 증가했다. 지난 6월 증가액(+4조8624억원)보다 2조원가량 줄어든 규모다.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진 것은 고금리 장기화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중소기업들의 은행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기업은 최근 회사채 시장이 안정되면서 은행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줄었다”며 “반면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탓에 은행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최근 기업대출 부문에서 부실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2분기 기준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 평균은 0.3%로 지난해 같은 기간(0.18%)보다 0.12%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이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월 말 기준 중소기업대출(소상공인 포함) 잔액은 한달 새 3조5810억원 늘었다.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난 것은 각종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필요자금이 늘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은행들도 중소기업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기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3으로, 전 분기(0)에 비해 대출태도를 더 완화겠다는 반응이 늘어났다. 다만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2분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은 0.358%로 전년 동기(0.212%) 대비 0.146%포인트(p) 뛰었다. 국내은행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5월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1%로 지난해 같은 기간(0.29%)에 비해 0.22%p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0.18%p 오른 0.37%, 대기업대출은 오히려 0.06%p 내린 0.12%를 기록했다. 실제로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상장사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인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중소기업의 비중이 1년 새 50.1%에서 59.8%로 9.7%p 뛴 것이다. 중소기업 대출 보증을 하는 신용보증기금은 내년도 중소기업 부실률을 4.2%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는 올해 3.9%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대출금리가 반등하면서 중소기업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지난 6월 중소기업 신규대출 평균금리는 5.37%로, 지난해 11월 정점(5.93%)을 찍고 내려오던 중 4월(5.14%) 이후 다시 오르고 있다. 지난해말(5.64%)부터 지난 6월(4.81%)까지 꾸준히 하락 중인 가계대출 금리와는 대조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담보로 잡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고 경기둔화로 중소기업의 이익이 줄어들고 있다"며 "기업은 자금이 필요한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심사는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전성 등을 우려하며 신경써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