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해외대체투자 줄줄이 ‘손실경고등’

우리은행 亞무역금융펀드 고객 손실금 선지급 농협‧신한은행 고객피해 줄이기위해 소송추진

2024-08-23     김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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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불안했던 대체투자(부동산·특별자산) 상품들의 손실이 가시화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 펀드 투자자들의 피해 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저금리 시대 동안 고수익을 노렸다가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투자자금이 묶인 사례다. 해외 대체투자는 현지 투자자에 비해 불리한 조건으로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아 리스크가 크다. 은행권은 해외대체투자 손실을 감안해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려 바삐 움직이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해외 대체투자 펀드 규모는 158조원에 달한다. 이중 해외부동산 펀드 규모는 절반(75조원)을 차지한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코로나 시기 저금리로 투자자들을 빨아들였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30조원에 달하는 해외 부동산 펀드가 만기 도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부동산 대체투자 시장 분위기는 어둡다. 해외부동산 최대 투자처인 미국과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급속도로 내리고 있어서다. 미국에서는 올들어 몇몇 금융사들이 일부 부동산 대출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지난 4월 말 글로벌 자산운용사 브룩필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오피스 빌딩 2곳의 대출을 연장하지 못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는 지난 2021년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7개 빌딩을 담보로 빌린 17억 달러 규모 대출금 상환에 실패했다. 우리나라 금융당국과 업계에서는 손실에 대비해 방파제를 쌓아야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 리스크는 규모가 큰 만큼 대형사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위기는 증권사뿐만 판매 창구인 은행권도 피해가지 못했다. 대체투자 부실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곳은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특히 우리은행의 대체투자펀드 상황이 신통치 않다. 홍콩 오피스빌딩인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대출을 위해 조성한 펀드(시몬느대체투자전문사모투자신탁제12호)에 손실이 발생했다. 시몬느자산운용은 펀드 자산의 90%를 상각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펀드에 대해 우리은행은 자율조정을 통해 투자금의 40~80%를 보상해 주기로 했다. 펀드를 판매한 총 규모는 765억원에 달한다. ‘더플랫폼 아시아 무역금융펀드’도 마찬가지다. 홍콩 자산운용사 트랜스아시아(TA)의 무역금융 펀드에 투자한 재간접 펀드다. 우리은행은 해당 펀드를 2019년 4월부터 850억원어치 판매했다. 투자금은 2021년 5월 회수 예정돼 있었지만 글로벌 무역이 부진해지면서 상환 시기가 올해 5월로 미뤄졌다가 2025년까지 추가 연장됐다. 은행은 펀드 만기 연장을 결정하면서 선지급한 피해 보상금 239억원을 포함해 총 491억원을 가입자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이밖에도 NH농협은행이 655억원어치를 판매했던 피델리스 펀드에 문제가 발생했다. 피델리스 펀드는 피델리스자산운용이 설계한 무역금융 기반 글로벌 사모펀드다. 펀드는 만기일이 지나도록 투자자금이 상환되지 않았다. 이에 농협은행은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 피델리스자산운용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고객 자산 확보에 나섰다. 판매사고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운용사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고객 피해로 이어졌다는 입장이다. 피델리스 무역펀드는 신한은행, 하나은행도 홍역을 치른 펀드다. 신한은행의 경우 무역보험 쪽에서 돈을 지급하지 않고 있어, 고객 피해 최소화를 위한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유럽 시장 침체도 체감하고 있다. 영국 신재생에너지 사모대출펀드 환매가 중단되면서 신한은행 채널을 이용한 215억원어치 투자자금이 묶였다.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