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더 뛴다” 전망에 영끌족 곡소리

5대 은행 고정·변동금리 오름세…변동 7% 전망 하반기 금리 추가 인상 불가피…“상승 압박 커”

2023-08-24     김경렬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연속 동결했지만,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멈추지 않고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지며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고 물가는 치솟고 있다. 한은이 섣불리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수 없는 입장에 처한 셈이다. 지금이 주택 가격 저점이라고 보고 매입에 나선 국내 ‘영끌족(영혼을 끌어모아 투자)’의 한숨소리가 짙어지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으로 쓰이는 잔액기준 코픽스 금리는 지난 17일 기준 3.83%를 기록했다. 직전 한 달 동안 적용됐던 금리 대비 0.03%포인트(p) 상승했다. 조달금리를 분석해 최근 시장을 반영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0.01%p 내린 3.69%로 집계됐다. 지난 두 달 간 신규 코픽스 금리가 연속해 올랐던 탓에, 이번 낙폭 만으로 실제 금리 하락을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코픽스)는 이날 기준 연 4.05~6.94%를 기록했다. 상단이 7%대에 육박했다. 하단은 3% 끝자락에 걸쳐있던 지난 5월 말 이후 4%를 넘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 주담대 기준인 신규코픽스가 0.01%p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상단은 이달 초에 비해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고정금리 상단 역시 지난달 말 6%를 넘어갔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 금리인 은행채(AAA) 5년물 금리가 올해 3월 말 3.953%에서 4%대로 올랐다. 이달 17일 기준으로는 4.41%에 육박한다. 시장금리는 여전히 상승세다. 좀처럼 내리지 않는 물가와 환율은 한은의 금리 기조를 압박하고 있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6월(119.77)보다 0.3% 오른 120.14(2015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생산자물가지수는 4월(-0.1%), 5월(-0.4%), 6월(-0.2%) 연속 하락하다가 넉 달 만에 반등했다. 원‧달러 환율도 최근 1340원대를 넘어서며 고공행진 중이다. 한미 금리 격차도 문제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계속된다면 양국 간 금리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0.25%p 올렸다. 양국 정책이 엇박자를 내면서 금리 격차는 2001년 이후 최대치(2%p)까지 벌어졌다.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은 다분하다.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로 불리는 제임스 불라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향후 몇 달 동안 미국 경제가 성장을 지속한다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긴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반적인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차주들의 부담은 불어난다. 앞서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p 오를 경우 가계의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만1000원 불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차주 연체를 우려한 금융당국은 각종 지표를 점검하며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시장의 심리까지 손보진 못하고 있다. 실제로 금리가 치솟는 와중에도 대출 수요는 계속 늘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보다 9조5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최근 확대됐다. 분기별 주담대 증가액은 지난해 4분기 4조7000억원, 올해 1분기 4조5000억원, 2분기 14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7월 한 달 새 불어난 물량만 7조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