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30년' 걸린다는 오염수 방류···與 "후속 대책 집중" 野 "더 늘어날 수도"

日, 24일 오염수 방류 시작···동일본대지진 이후 12년 반 만 박광온 "30년 방류 계획, 의미 없어···첫 예상은 7년 반" 與 TF 관계자 "방류 기간, 현실적으로 우리가 컨트롤 어려워"

2024-08-24     이태훈 기자
일본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일본이 24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이던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면서 국내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정부를 믿고, 과학을 믿어달라"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지만, 향후 30년 이상 지속될 방류에 해양 생태계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당은 방류 기간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일본과 협의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여당은 우리 정부가 제어할 수 없는 요소보단 향후 대책마련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복수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일본 정부의 지난 22일 방류 결정에 따라 이날 사전 작업을 거쳐 수조에 보관하던 오염수를 오후 1시께부터 방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총리가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해양 방류를 결정한 지 2년 4개월 만이며,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2년 반 만이다. 당시 지진이 후쿠시마 원전에 타격을 줬고, 이 여파로 원자로 내 핵연로가 녹아내리는 멜트다운이 현상이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냉각장치가 고장 나 원자로 온도를 낮출 수 없게 되자 외부에서 냉각수를 투입하게 됐는데, 이로 인해 오염수가 발생하게 됐다. 현재는 원전에 유입되는 지하수와 빗물 등을 포함해 하루 평균 약 170톤(t)의 오염수가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공표되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모든 오염수가 방류되기 까진 최소 30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다만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불확실한 요소가 산재해 항후 방류 기간을 확언하기는 어렵다. 또 일본 정부는 사고 원자로를 2041∼2051년까지 폐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폐쇄 작업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이 역시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같은 '30년 방류 계획'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사고 원전의 원자로를 완전히 폐쇄해야 추가로 오염수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일본이 이를 실행할 현실적 방안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같은 근거를 들며 "30년 동안 방류한다는 계획은 아무 의미 없는 계획일 뿐이고, 그 뒤로도 계속 오염수가 생기기 때문에 해양 투기는 30년이 지나도록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일본이 처음에 예상했던 해양투기 기간은 7년 반이었다"며 "그것이 30년으로 슬그머니 늘었고, 이제는 '적어도 30년'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 사안을 한일 양국 간 중대 의제로 지정하고 일본과 협의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현실적으로 일본의 오염수 방류 기간을 우리 정부가 간섭할 방법은 없다며 지금은 후속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테스크포스(TF)' 소속 관계자는 이날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 방류가 결정된 시점에서 얼마의 기간 동안 방류가 이뤄지는 지는 중요하다고 보진 않는다"며 냉정하게 상황을 직시했을 때 오염수 방류 기간은 우리 정부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통제 불가능한 요소가 아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로 인해 수산업자와 어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 어려움을 어떻게 도와주고 극복할 수 있을지 정부여당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가 국내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구체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아직까지 없다. 다만 원자력 전문가들은 일본 측에서 발표하고 있는 오염수 속 방사능물질 농도가 사실이라면 안전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서 "과학적 기준과 국제적 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방류된다면 지금 상황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과도하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 세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전 오염수 방류가 인류 역사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후폭풍을 예단하긴 어렵다. 학계와 전문가들이 내놓는 낙관적 발표도 모든 조치가 계획대로 이뤄졌을 경우만 고려한 것이라는 비판도 공존한다. 한편 IAEA는 지난 지난 22일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 명의의 성명을 게시해 "오염수 방류 첫날부터 안전기준 부합여부 현장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뿐만 아니라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국제적 여론을 설득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도 방류 이후 원전 인근 바닷물의 삼중수소 농도를 정기적으로 파악할 방침이다. 방류 직후 채취한 표본의 삼중수소 농도 측정 결과는 이르면 27일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