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유커 방문 기대감에 들뜬 유통가…“냉정함 필요할 때”
2024-08-27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중국 정부가 세계 78개국에 대한 자국민 단체 관광을 허용하면서 유커(遊客, 중국 단체 관광객)의 한국 관광이 재개됐다. 2017년 3월 불거진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이후 6년 5개월여 만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중국인 방한 단체 관광객 31명이 지난 24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한 단체는 한·중 수교 31주년의 상징성을 살린 ‘새롭게 만나는 한국 - 서울 문화체험 패키지 3박 4일’ 상품을 통해 한국을 찾았다. 한국관광공사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홍보에도 나선다. 공사는 내달 5일 칭다오를 시작으로 베이징(13일), 상하이(15~17일)에서 현지 여행사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국관광 설명회와 상담회를 릴레이 개최한다. ‘큰 손’으로 불리던 유커의 귀환 소식에 국내 면세점, 호텔, 관광지, 카지노 등 관련 기업들은 기대감에 빠졌다. 뷰티업계는 중국 단체 관광객이 주로 방문하는 명동, 홍대 상권 주요 매장 및 유통·면세 채널을 강화하고 있으며, 면세점업계와 백화점업계도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맞춤형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주로 내수시장에서 이익을 발생시키는 유통업계는 사드 등으로 중국인의 단체 관광이 전면 제한된 이후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업종 중 하나다. 2017년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 정부의 한한령 조치가 시행되기 전까지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체 1720만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806만명 수준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이 폐쇄되기 전인 2019년 단체 여행상품의 오프라인 판매, 전세기와 전세선을 이용한 단체여행을 금지하는 한한령 조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체의 34%가 넘는 602만명에 달했다. 2019년 한국에서 중국인 관광객 한 사람이 쓴 평균 금액은 1632.6달러(약 218만원)에 달한다. 이는 베트남 관광객의 1275.6달러(약 171만원)나 필리핀 관광객의 807.5달러(약 108만원)에 비해 최대 2배 이상 많이 쓰는 수치다. 업계에선 올해 300만명의 유커가 방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는 유커 입국 재개 효과가 본격화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600만명 수준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한 만큼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커가 과거와 같은 구매력을 보여줄지도 미지수다. 중국 내수경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상하이 봉쇄 등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망치인 7%대보다 낮은 6.3%를 기록했고,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에 그쳐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실제 국내 면세업계와 한국 화장품업계는 사드 보복 이후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 매출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유커들이 사라지면서 세계 1위였던 롯데면세점의 매출 순위는 현재 3위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3위권에 들었던 호텔신라도 4위로 추락했다. 화장품업계는 당시 역성장을 보였다. 매출의 70~80%를 유커가 차지했기 때문이다. 중국 내 한국행 여행 수요도 예년만 못하다. 최근 중국인들에게 인기 해외 여행지로 떠오르는 곳은 일본, 싱가포르 등이다. 정부는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유커 효과를 극대화하겠다 구상이지만, 전문가들은 과거와 같은 중국 특수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중국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전략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유통업계도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각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냉정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