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당국 압박에 ‘50년 주담대’ 속속 중단

‘영끌 막차’…일주일새 8000억 팔려

2024-08-27     김경렬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 주범으로 몰리면서 일부 은행들이 상품 판매 중단에 속속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 주범을 50년 주담대로 보고 관련 규제 강화를 예고하면서다. 사람들은 대출 문이 닫히기 전 은행을 찾았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은행들이 50년 주담대 상품을 내리고 있다. 가장 먼저 상품을 출시했던 NH농협은행은 이번 달을 끝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팔지 않기로 했다. 농협은행 측은 “내부적으로 설정했던 한도 2조원이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가장 늦게 50년 만기 주담대를 낸 우리은행은 나이 제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출시했고, 이달 우리은행이 합류하면서 시중은행 모두 장기 상품 경쟁에 돌입했다. 50년 주담대는 만기는 길고, 대출 한도는 높고, 은행에 매달 갚아야 할 돈은 적어 고객들에게 주목받았다. 은행 입장에서도 장기간 고객을 묶어둬 매달 이자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한 달 새 50년 주담대 상품 판매 분위기가 달라진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장기 주담대가 가계대출 확대 주범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48조9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대비 10조1000억원 불었다. 4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증가폭도 2021년 4분기(12조1000억원) 이후 가장 컸다. 주담대는 올해 2분기 잔액이 1031조2000억원으로 14조1000억원 늘었다. 정부는 50년 주담대 상품을 집중 관리 대상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4일부터 은행권의 주담대 취급 실태를 들여다보고 있다. DSR 우회 여부와 여신심사 적격성 등 주담대 전반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0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통해 50년 만기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는지 들여다보겠다고 밝히면서 나이 제한(만 34세 이하) 도입 등 검토 계획을 전했다.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에는 나이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대다수 상품에 연령 조건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일주일 새 50년 주담대 막차를 타기 위한 수요가 은행으로 몰렸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4개 은행의 주담대 취급액은 지난 18일 기준 2조641억원을 기록했다. 출시 한 달 만인 지난 9일(1조2610억원)에 이후 약 일주일 만에 8000억원(70%) 불어난 셈이다. 대출 건수도 같은 기간 4891건에서 8254건으로 69%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