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풀 땐 언제고…당국 폭증하는 주담대 '뒷북 제동'

5대 은행 50년만기 대출 이달 들어 '2조원' 급증 당국 긴급 현장점검…대출심사 적정성 들여다본다

2024-08-27     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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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정부와 한국은행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달 들어 5대 은행에서만 50년만기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이 2조원 넘게 늘었다. 이처럼 최근 출시된 50년 만기 상품에 신규 대출 수요가 집중되면서, 기존 다른 만기 상품 위주로 이뤄지는 대출 상환에도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 역시 5000억원이 불어났다.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5개월째 이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금융당국이 5대 은행을 상대로 긴급 가계대출 현황 점검에 착수했다. 다음 달 하순까지 현장에서 직접 대출 규제나 심사 등의 적정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스스로 대출 규제를 풀어주고, 이제와서 뒷북 수습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24일 현재 679조4612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 말(679조2208억원)과 비교해 이달 들어 2403억원 또 늘었다. 특히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같은 기간 4840억원(512조8875억원→513조3716억원)이나 뛰었다. 이런 추세면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4월 이후 8월까지 5개월 연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은행권과 금융권 가계대출은 각 6조원, 5조4000억원 불었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는 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5대 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4일 현재 2조8867억원으로 7월 말(8657억원)과 비교해 이달 들어 2조210억원이나 불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원리금을 50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는 대출 상품으로, 지난 1월 수협은행이 선보인 뒤 5대 은행도 지난달 이후 줄줄이 내놨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대출자가 갚아야 할 전체 원리금은 늘어나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년 단위로 소득 대비 원리금 감당 능력을 보기 때문에 당장 현재 대출자 입장에서는 전체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DSR 우회 수단'으로 지목하는 이유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결국 감독 당국이 은행들을 상대로 '가계대출 취급실태 종합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이 5대 은행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금감원은 3명의 감사인원(은행감독국 2명·은행검사국 1명)을 각 은행에 파견해 ▲대출 규제 준수 여부 ▲담보 가치 평가·소득 심사 등 여신심사 적정성 ▲가계대출 영업전략·관리체계 ▲고정금리·분할 상환 방식 등 질적 구조 개선 관리 현황 ▲가계대출 관련 IT(정보기술)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사실상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프로세스(절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살핀다는 뜻이다. 이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처방(지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로는 10월께까지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인터넷은행 등에 대한 점검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은행연합회를 통한 가계대출 자율 규제 논의나 당국의 관련 지침 등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개별 은행은 적지 않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당초 25일 은행연합회에서 시중은행들과 금융당국 관계자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 DSR 등을 주제로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회의 자체가 돌연 연기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 직접적으로 50년 만기 판매를 멈춰야 하는지, 연령제한을 둬야 하는지 문의했는데, 당국 관계자는 '아직 그럴 필요는 없고, 기다려보라'고만 답했다"며 "지침이 나오기 전까지는 일단 현행 기준대로 50년 만기 상품을 판매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은행은 이미 알아서 속속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중단하거나 연령 제한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