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에 소비자들 등 터진다
현대홈쇼핑, LG헬로비전에 송출 중단 통보…지역 SO 5곳 포함 롯데홈쇼핑도 딜라이브에 송출 중단 통보…수수료 갈등 수면 위로 지역 콘텐츠 강화 기조 영향 전망…"장기적으로 투자 재원 감소할 것" 과기정통부, 중재 돌입할 듯…협상 진행 시 11-12월 갈등 해소 가능성 전문가들 " 매체력·매출 증감폭 등 반영한 구체적 산정 기준 마련해야"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유료방송업계와 홈쇼핑업계의 송출수수료 갈등이 정점에 이르면서 소비자들에게로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홈쇼핑 업계가 '방송 송출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장기적으로 지역 콘텐츠 강화 기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사업자가 인터넷TV(IPTV)·케이블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채널을 배정받고 지불하는 비용을 뜻한다. 최근 실적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홈쇼핑업계는 수수료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반면 유료방송업계는 TV로 상품을 접해 모바일로 상품을 구매했을 때의 매출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수수료를 깎아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LG헬로비전에 다음달 말 이후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송출이 중단될 경우 서울(양천구·은평구)과 경기(부천·김포·의정부·양주·동두천·포천·연천), 강원, 충남, 경북 등 23개 지역에서 LG헬로비전으로 유료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현대홈쇼핑 채널을 볼 수 없게 된다. 다만 같은 지역에서 SK브로드밴드, KT 등 IPTV로 유료 방송을 볼 경우 현대홈쇼핑 채널을 시청할 수 있다. 현대홈쇼핑은 LG헬로비전을 통해 방송을 송출 중인 남인천방송, 푸른방송(대구), 울산방송 등 5개 지역 종합유선방송 사업자(SO)들에게도 중단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롯데홈쇼핑도 딜라이브 강남케이블티비에 오는 10월 1일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고지했다. 양사는 송출수수료 인하율을 두고 협상을 벌이다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출수수료를 둔 줄다리기는 매년 팽팽했지만 홈쇼핑사가 자발적으로 방송 중단을 통보한 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유료방송업계에서는 지역 콘텐츠 강화 기조가 약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 방송 및 콘텐츠 강화가 매년 정부의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송출 중단 사태가 확산될 경우 장기적으로 투자 재원이 감소하면서 관련 사업 투입 비용 역시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SO의 경우 자칫 '고사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홈쇼핑업계는 지난 6년간 연평균 8% 이상의 영업이익 성장을 달성한 반면 SO는 지상파 재송신료·프로그램사용료·지역채널 투자비용 등은 지속 증가하고 매출은 하락하면서 영업이익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SO의 영업이익은 2017년 3486억원에서 2021년 1518억원으로 5년 새 절반 이상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O의 송출수수료는 지난 5년간 4% 이내 범위에서 지속 감소하고 있음에도 홈쇼핑사업자는 협상력이 약한 SO를 대상으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송출 중단이 되면 SO 입장에선 매출 감소에 따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수신료를 줄일 수밖에 없다. 그 여파가 제작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지역 콘텐츠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가검증협의체를 운영하는 등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원만히 진행될 경우 11-12월쯤 합의안을 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법적 강제성이 없는 데다가 개정 가이드라인 운영을 위한 세부 지침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매체력·매출 증감폭 등을 반영한 구체적인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 등을 마련함으로써 가이드라인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송출수수료를 홈쇼핑사가 원하는 만큼 줄인다고 가정하면, SO의 경우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를 올리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을 위한 혁신 투자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어떤 형식으로든 결국 피해는 소비자가 보게 되는 구조"라며 "홈쇼핑이 보유하고 있는 채널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얼만큼 매출액에 기여하는지 등에 대한 부분들을 객관적·합리적으로 합의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