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색깔론' 강조하는 尹…정율성 공원 겨냥 "공산주의자, 사회 통합 무너져"

지난 25일 국민통합위 회의서 직접 언급 "시대착오적 투쟁 이념에 굴복은 진보 아냐" 육사, 김좌진·홍범도 등 흉상 철거·이전 추진

2024-08-27     문장원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직접 겨냥해 "이것이 사회 통합과 관용에 부합하는 듯한 것으로 해석된다면 자유 민주주의 사회의 연대와 통합의 기반이 무너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육군사관학교가 교내에 있는 독립운동가들의 흉상을 좌익 활동을 이유로 철거·이전을 추진하는 것과 함께 대통령이 나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색깔론'에 불을 붙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 비공개회의에서 "어떤 공산주의자에 대한 추모 공원을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광역시는 지난 2018년부터 사업비 48억원을 들여 정율성 기념공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 출신인 정율성은 항일 투쟁을 위해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하고, 광복 후엔 북한에서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했다. 광주광역시 측은 이념적 측면에서만이 아닌 항일독립운동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사업 추진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합을 해야 하는데 (공산주의에 가담했던) 집단하고도 과연 통합이 될 수 있을까, 사회의 기본적인 합의를 흔드는 일이라는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최근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산전체주의'를 언급하는 등 연일 이념논쟁·색깔론을 꺼내 들어 국민 분열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위원회 회의에서도 이러한 강한 극우적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낸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진보 진영에서 '사상의 은사'로 불리는 고 리영희 선생 저서 제목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를 언급하며 "어떤 분들은 새가 하늘을 날려면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가 다 필요하다고 빗대어 말한다. 그러나 날아가는 방향이 같아야 오른쪽 날개와 왼쪽 날개가 힘을 합쳐서 그 방향으로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새는 앞으로 가려고 하고 어떤 새는 뒤로 가려고 하는데, 오른쪽 날개는 앞으로 가려 하고 왼쪽 날개는 뒤로 가려고 한다면 그 새는 날 수 없고 떨어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시대착오적인 투쟁과 혁명과 사기적 이념에 우리가 굴복하거나 거기에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고,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는 했다. 보수와 진보의 균형 잡힌 사회 통합이 아니라 보수 중심의 일방적인 사회 통합 메시지를 피력한 셈이다. 여기에 최근 육사가 교내에 있는 김좌진·홍범도·지청천·이범석·이회영 등 독립운동가 흉상을 이들의 좌익 활동을 이유로 철거·이전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 결집을 위한 이념 공세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6일 논평에서 " 독립 영웅들의 흉상을 굳이 철거하는 것은 국군의 정통성과 독립 투쟁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으로 반헌법적인 처사"라며 "윤석열 정부는 독립운동마저 이념 갈등의 소재로 끌어들이는 반헌법적인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독립 영웅 흉상 철거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