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강서구청장 공천 '신중론'…정우택 등 당 중진들 "공천해야"
김태우 전 구청장, 예비후보 등록하며 선거 준비 속도 지도부, 공천·책임론 놓고 고심…이르면 8월 말 결정
2024-08-27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 오는 10월 열리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위한 선거 준비에 속도를 내면서 당 지도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김 전 구청장의 귀책 사유로 강서구청장직을 박탈당한 만큼 이번 보선에서 공천을 강행해 패배할 경우 지도부 책임을 피할 수 없어서다. 이런 가운데 당 일각에서는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감찰 무마 의혹 폭로로 공무상비밀누설죄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가 '광복절 사면'을 받은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위해 28일(오후 2시) 선거사무소를 연다. 김 전 구청장은 지난 14일 광복절 사면이 발표된 뒤부터 지속적으로 강서구청장 재출마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 18일 강서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데 이어, 선거사무소까지 열며 선거 준비에 한창이다. 예비후보 등록 이후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비판하고 지역 일정을 소화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을 한 경우 무공천을 원칙으로 하는 만큼 당 지도부 고민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보선이 김 전 구청장의 유죄 판결로 인해 치러지는 상황이어서 당내에서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 무공천한다'는 규정을 이유로 무공천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규정을 어기고 공천할 경우 야당의 '내로남불'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김 전 구청장의 유죄 판결이 개인 비리 등이 아니라, 지난 정부의 비리를 폭로한 것이기 때문에 공천 명분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을 광복절 특별사면한 것도 보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를 냈다가 낙선할 경우도 고민거리다. '미니 총선'이라고 불리는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에 무리하게 공천했다가 패배할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당내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불거지며 내홍이 불거지는 만큼 이는 지도부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강서구 지역이 전통적으로 야권 지지세가 강한 것도 부담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당 내부에서는 중진들을 중심으로 공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을 텐데, 우리 국민의힘 후보자를 공천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윤 대통령은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사면 복권했다"며 "당 지도부가 신중하고 지혜롭게 판단할 거라 생각하지만, 당장 우리 당의 정치적 유불리, 정치공학적 계산은 배제하고 국민 상식과 정의, 원칙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공천해 국민들께 판단 받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공천을 촉구했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25일 김기현 대표를 향해 총선을 앞두고 변수를 만들지 않으려고 서울 강서구청장을 무공천하는 건 비겁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김 전 구청장을) 사면한 이유는 그가 공익을 위한 폭로를 했는데, 집행유예가 나와 부당하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당연히 공천을 해서 수도권 민심의 흐름을 확인해 보고 총선 대책을 세우는 게 맞지 않느냐"고 공천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은 일단 김 전 구청장의 보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실과 관련이 없다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다만 해당 보궐선거와 관련해 이르면 8월 말, 늦어도 9월 초까지는 공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