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위해 규모 안 가린다…식품업계, 스타트업에 적극 러브콜
신사업 발굴‧기업 정체성 혁신…주력 사업과 시너지 저자본 스타트업 시장 진출 지원…상생경영 효과도
2023-08-28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식품기업들이 보수적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유망 스타트업과의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다. 신시장 진출과 기업 정체성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식품 대기업들은 대형 R&D(연구개발) 인프라, 브랜드 파워, 자본력 등을 바탕으로 신생 기업 발굴 및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은 드론 물류배송 스타트업 ‘파블로항공’과 협업해 드론을 활용한 스마트 물류 배송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 드론은 차, 오토바이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리적 제약이 없는 친환경 운송수단이다. 배달 수요가 높은 치킨 시장에서 독보적인 배송 접근성 및 시스템 경쟁력을 갖추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파블로항공과 주문부터 배달까지 전 과정에 이르는 치킨 드론 배달 시험비행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사전에 설정한 경로로 7km 비가시권 비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드론 배달의 장점과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재 교촌치킨 드론 배송 서비스는 경기도 교촌치킨 청평점에서 이용 가능하며, 가평 일부 펜션으로 배송이 가능하다. 해당 지역은 휴가철 휴가객이 몰리는 곳으로, 성수기 때 여행 차량이 많아 배달이 어려워, 선제적으로 드론 서비스를 도입했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 혁신기술 발굴을 위해 호주 바이오텍 ‘프로벡터스 알지’에 투자했다. 프로벡터스는 광합성 미세조류 기반의 바이오 소재 연구·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호주 스타트업이다. 미세조류를 대량으로 배양하는 기술과 이를 활용해 식용 색소, 약품용 펩타이드 등 고부가 소재를 개발하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펩타이드는 체내에서 호르몬, 효소, 항체 등의 형태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아미노산 중합체다. 이번 투자를 통해 프로벡터스의 미세조류 기반 바이오 소재 제조기술 상용화를 지원한다. 동시에 바이오 사업부문의 미생물 발효 기술 역량과 프로벡터스의 미세조류 대량 생산 기술 간 시너지를 모색할 방침이다. 앞서 CJ제일제당은 2021년 바이오 사업부문 산하에 사내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조직인 테크브릿지팀을 신설, 바이오 기반의 혁신 소재 및 친환경 기술에 적극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2021년에는 기능성 펩타이드 소재를 개발하는 아일랜드 기업 ‘뉴리타스’에 투자했으며, 지난해에는 미국 비건 치즈 개발사 ‘뉴컬쳐’ 및 균사체 기반의 천연색소를 개발하는 미국 기업 ‘마이크로마’ 등에 투자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벤처캐피탈 ‘SOSV’가 운영하는 펀드를 통해 미래 바이오텍 영역에도 투자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시니어 배송 스타트업 ‘내이루리’와 MOU를 맺고 시니어 배송원을 활용한 식사 배송 서비스 사업에 진출했다. 내이루리는 시니어 배송원(60~74세)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옹고잉’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스마트 푸드센터에서 제조한 샌드위치‧샐러드 등 간편식을 ‘옹고잉’ 서비스를 활용해 배달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시니어 배송원의 특성을 고려해 빠른 도착시간보다 점심 시간에 맞춰 도착하는 것이 중요한 직장인 점심 식사 배송을 중심으로 옹고잉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롯데중앙연구소는 신성장 동력 및 미래 식량 기술 확보를 목표로 푸드테크 스타트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무상 지원하고 있는 공유 오피스 ‘푸드테크 밸리’ 입주사에게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비롯해 롯데웰푸드 등 롯데 식품사와의 협업 기회, 공모전을 통한 롯데벤처스 투자 검토 기회, 시설 무료 활용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달엔 AI 기반 개인 맞춤형 한우 숙성 기술을 보유한 기업 ‘한우연’ 에 자사 육가공품 개발 노하우를 기반으로 기술 지원을 실시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사내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신선한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매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유망한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자본력과 노하우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던 창업 초기 스타트업들의 시장 진출이 수월해지는 등 상생경영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며 “향후 우수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연구개발 및 투자를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