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취업도 못하고 빚 수렁에 빠진 청년 급증, 지속 가능한 실효적 대책 마련을

2023-08-28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매일일보  |  20대 이하 청년층(15~29세)의 일자리가 2개 분기 연속으로 줄어들어 지속 가능한 실효적 청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8월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4분기(2월 기준)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 20대 이하 청년층 임금 근로 일자리 수가 전년 동기 324만 9,000개보다 6만 1,000개나 감소한 318만 9,000개에 그쳤다. 전체 일자리 수가 2,020만 7,000개로 전 년 동기 1,974만 9,000개보다 45만 7,000개나 늘어난 와중에 20대 이하의 일자리만 유독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4분기 3만 6,000개 감소에 이어 2분기 연속 일자리가 쪼그라든 것도 모든 연령층 가운데 20대 이하만 유일하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청년 인구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그냥 쉬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비경제활동인구 중 연령계층별 쉬었음인구 중 올 7월 기준 20대 이하 청년층은 40만 2,000명으로 전 년 동기 36만 1,000명보다 4만 명이나 늘어났다. 2012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로 7월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벌써 4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20대 ‘쉬었음’ 인구도 3만 6,000명 늘어났다. 30대 증가 폭 1만 8,000명의 두 배다. 40대와 50대는 각각 5,000명, 1만 2,000명 줄었다. 취업자 수로 보면 청년층은 394만 명으로 전년 동기 407만 7,000명보다 13만 8,000명이 줄었다. 9개월째 감소세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현상이기도 하지만, 고용률도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것만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청년층 고용률은 0.7%포인트 감소했다. 20대 고용률도 0.1%포인트 줄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속에 취업조차도 하지 못하다 보니 빚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청년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지난 8월 21일 서민금융진흥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신용평점 하위 20%, 연 소득 3,500만 원 이하의 성인이 연체 여부에 상관없이 최대 100만 원을 빌릴 수 있도록 한 정책금융 상품인 ‘소액 생계비 대출’을 받은 20대 청년의 이자 미납률이 지난 8월 4일 기준 24.5%에 달했다. 지난달 7일(21.7%)보다 약 2.8%포인트 올랐다. ‘소액 생계비 대출’ 평균 대출 금액은 61만 원이고 대출 금리는 연 15.9%인데 이를 적용해 이자를 산출헤 보면 첫 달 이자는 8,000원 가량이다. 그런데 청년 4명 중 1명이 1만 원도 채 되지 않는 이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체 연령대 미납률인 14.1%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개인 워크아웃으로 원금이 감면된 20대는 5년 전부터 꾸준히 증가해 올 상반기에만 4,654명에 달했다. 소득이 불안정한데 무리하게 집을 장만하느라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20대 이하 청년층의 연체율은 올 2분기 말 0.44%에 달했다. 전체 연령대 연체율(0.21%)의 2배가 넘는다. 청년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매년 수십만 명의 청년이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쉬는 상태’라는 점은 사회적으로도 큰 부담이다. 더구나 이런 청년 중 일부는 자력으로 사회활동에 복귀하는 것이 불가능한 은둔·고립형 청년이 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2030 중 부모와 함께 살면서 전적으로 생계를 의존하는 이른바 ‘캥거루족’ 비중이 69.8%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20대 이하 청년층(15~29세) 중 15~19세는 당연히 부모와 함께 산다고 치더라도 지난 6월 기준 20대(20~29세) ‘쉬었음’ 인구(35만 7,000명) 중에서 75.35%인 26만 9,000명이 부모 집에서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고 30대(30~39세) ‘쉬었음’ 인구(25만 6,000명) 중에선 부모 집에 사는 ‘쉬었음’ 인구가 15만 9,000명으로, 62.1%를 차지했다. 청년 부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청년층이 미래 경제활동과 출산의 중추라는 점에서 그렇고 빚에 시달리는 청년층이 계속 증가하면 성장 동력은 저하되고 저출산 문제도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 몰린 청년 세대의 어려움을 덜어줘야 한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정치권이 연일 지원책을 쏟아내지만 대부분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난 임기응변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월세와 교통비, 대출 이자를 지원하고 부채를 탕감하는 등의 땜질식 사탕발림 정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만 초래할 뿐이다.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자립해서 스스로 빚을 갚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 지속 가능한 실효적 대책이다. 고기를 나눠주기보다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그물을 건네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번듯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도록 규제 혁파, 노동시장 개선 등에 가일층 힘을 쏟아야 한다. 입지·환경·고용 규제 혁파와 세제·금융 지원 등으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해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만이 첩경이다. 청년 눈높이만 탓하려 들지 말고,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청년들도 빚 상환 능력을 생각하지 않는 무리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 등에 대해서 경각심을 갖고 자제해야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