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영란법 손질한도 상향”… 추석 앞두고 분주한 유통가

농·축·수산물 명절 선물가액 상한,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 조정 대형마트 백화점, 20~30만원 가격대 메인 상품 물량 확보

2024-08-28     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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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소비 대목인 추석을 앞둔 유통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추석에는 공직자 등이 주고받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 명절 선물가액 상한을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은 20~30만원 사이 가격대의 메인 상품 물량을 늘리려 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1일 시행된 지 7년째인 청탁금지법인 일명 ‘김영란법’을 일부 완화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따라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상한이 기존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상향됐다. 이는 설·추석 전 24일부터 설·추석 후 5일까지 적용된다. 이는 선물세트 거래를 통해 내수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는 추석기간 동안, 김영란법이 소비 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개정됐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장마와 무더위 등으로 성수품 물가가 치솟은 것도 개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차례상에 주로 올리는 사과 등 과일 가격은 최근 급등한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선물 세트용 사과로 쓰이는 홍로(상품, 10kg)의 평균 도매가는 18일 기준 9만원대로, (6만원대였던 지난해보다 47.9% 상승했다. 배의 품종인 ‘원황’의 경우 15kg 기준 도매가는 5만원대로 전년대비 20.2% 올랐다. 선물값을 상향한다는 희소식에 유통가는 분주해졌다. 백화점 업계는 이미 18일부터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강화하고 추가 물량확보를 준비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8일부터 내달 10일까지 ‘2023년 추석 선물세트 예약 판매’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더현대 서울을 시작으로 압구정본점 등 전국 16개 백화점 점포와 공식 온라인몰 더현대닷컴·현대식품관 투홈 등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상향된 선물가액 상한액에 맞춘 '저탄소 한우 혼합 기프트(29만원)'을 추석 선물세트로 선보였다. 이마트는 올 추석 고객이 축산 선물세트를 구매·수령 하면 축산 보냉가방을 이마트 고객가치센터로 반납하면 최대 5000원 환급해주는 축산 선물세트 보냉가방 리사이클링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문제로 인해 소비자 불안감이 커진 만큼, 아직 추석 특수를 장담하긴 어려운 상태다. 유통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관련 상품을 매입하거나 원양산 수산물을 늘리고, 방사능 검사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측은 굴비·옥돔 등 주요품목 물량 수매를 이미 마쳤고, 수입처 다변화 노력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마트는 “추석 선물세트용 굴비와 갈치는 지난 4월, 멸치와 김은 7월 이전에 사전 비축한 상품으로 준비했다”며 “사전 비축 물량도 한 번 더 방사능 검사를 철저히 해 상품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대형 유통사에게나 가능한 방법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로 구성된 수산시장 현장은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감소하는 추세인 만큼, 추석기간 동안 대형 유통사-시장상인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가락시장의 수산물 판매 업주는 "무더위가 지속되는 기간에는 식당가의 수산물 수요가 급감하는 만큼, 사실상 추석 특수를 노리는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일본의 오염처리수 방류와 일부 시장상인들의 비도덕적 이슈가 맞물려, 올해는 특히 가혹한 추석이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