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장마·폭염·태풍 영향…추석 선물용 과일 수급 비상
대과(大果) 몸값 천정부지…‘오염처리수 이슈’ 수산물 대체도 어려워 이색과일 조합 및 한우 상품 등 대안책 강구…PM‧MD 역할 주효해져
2024-08-28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유통업계가 추석 대목을 앞두고도 웃지 못하고 있다.
올해 식자재 주요 산지들은 장마와 폭염에 이어 태풍 ‘카눈’까지 연이어 일어난 이상기후로 인해 작황난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주요 농작물의 상품성 저하‧물량 감소에 따른 여파가 일정 시차를 두고 내달부터 각종 유통 사정에 반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차례상 및 추석 선물용 과일세트에 쓰이는 알이 굵은 대과(大果)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선물세트용 사과로 쓰이는 홍로(상품, 10kg)의 지난 27일 평균 도매가는 8만7240원으로 1년 전(6만928원)보다 43.1%나 올랐다. 배는 올해 수확한 원황(상품, 15kg) 품종의 도매가가 5만1960원으로 1년 전보다 17.9% 더 비쌌다. 작황난에 따라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관측 보고서를 통해 올해 사과 생산량은 작년보다 18.7%, 배는 21.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과는 과육이 썩는 탄저병이 번지고 있고, 배는 병충해와 일조량 부족에 따른 생육 부진으로 상품성 있는 물량이 더 줄어든 상황이다. 각 유통업체들은 외형적으로 상품성이 다소 떨어지는 과일로 저가형 선물세트를 구색하거나 이색 과일 품목을 확대하는 등 대안을 꾀하고 나섰다. 특히 올해 사전예약을 진행 중인 추석 선물세트를 살펴보면, 사과, 배 등 단일 상품으로만 구성된 패키지보다 여러 가지 종류가 혼합된 형태가 눈에 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선호도가 높은 인기 과일들을 한데 모아 세트 상품으로 묶었다. 프레스티지 사과 샤인 애플망고, 푸드에비뉴 샤인 멜론 등이 대표 상품이다. 이 밖에도 ‘과일’과 ‘견과’를 함께 구성한 컬래버 세트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건강관리에 높아진 관심을 반영해 비타민, 홍삼 등 건강 관련 품목도 늘렸다. 건강 관련 추석 선물세트 품목은 45종으로 이번 사전 예약 판매 선물 중 가장 많다. 롯데마트는 사과와 배 작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부자재 비용을 줄이거나 기존보다 알이 적은 원물을 활용한 저가형 가성비 선물세트 물량을 30% 확대했다. 사과나 배 등 단일 상품보다 샤인머스캣이나 멜론 등을 섞은 혼합 선물세트 구성도 늘렸다. 이마트도 샤인머스캣이 포함된 혼합 세트 물량은 지난해보다 26%가량 늘렸다. 올해 한우 사육 수 증가에 따른 관련 상품 가격 하락에 힘입어, 한우 선물세트를 다양화하는 전략도 두드러진다. 이마트는 이번 추석 한우 선물세트 판매가격을 최대 10% 인하했다. 명절 한우 선물세트 가격이 하락한 건 최근 5년만이다. 직영 제조시설인 미트센터 활용, 바이어 직경매 등 유통비용 절감을 통해 한우 선물세트 가격을 하향 조정했다. 현대백화점도 올 추석 선물세트 판매 기간인 내달 11일부터 28일까지 압구정본점 등 전국 16개 식품관과 온라인몰인 더현대닷컴·현대식품관 투홈·현대H몰에서 한우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1++등급 프리미엄 한우부터 10만원대 실속형 한우세트까지 총 103개 품목을 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된 무더위에 집중호우까지 겹치며 수급 계약을 맺은 주요 산지 생산이 부진해, 추가적인 긴급 공급처 발굴과 선물세트 신규 조합 개발 등이 이뤄졌다”며 “올해는 특히 전라도 등 태풍 피해가 비교적 덜했던 지역에 접촉하는 전략 등 각 업체별 추석 주요 품목 담당 PM, MD들의 역량이 판매 실적에 영향을 크게 끼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