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건설이권 카르텔 척결 시점” VS “업계 고사로 韓경제 타격”
시민단체 "인천검단 사고 책임주체 전방위 처벌 찬성" 건설업계 "점진적 변화 필요… 업계 타격 클 수도"
2023-08-28 권영현 기자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국토교통부가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건설이권 카르텔을 끊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 방침에 동조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자는 중장기적으로 국민들의 안전한 주거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부패관행을 끊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후자는 수십년간 이어온 업계 관행을 한번에 끊기 어렵고, 업계 고사로 국내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점진적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물론 시공사와 그 관계사들을 엄벌에 처해 본보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위법 행위에 대해선 법률상 정하고 있는 가장 엄중한 처벌을 통해 단호하게 대처하고 건설업계에 만연한 건설카르텔을 도전적으로 혁파해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와 국민 여론은 이같은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그간 건설현장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인천 검단 시공사(GS건설)에 대한 10개월 영업정지는 법적으로 최대 한도의 징계로 보여지지만 처벌 규정이 미약하기 때문에 국민 눈높이에서는 만족스럽지는 못할 것”이라며 “처벌 규정도 마찬가지로 충분히 재고가 돼야 하고 사후적인 조치도 중요하지만 사고 발생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계기를 삼아서 국토부가 근본적으로 어디가 잘못됐는지 제도를 두루두루 점검해서 아예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안전사고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며 “발주청과 인허가 주체들이 결국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데 법적으로 이들에게 처벌을 물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점 등 산업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비자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1600여 세대, 3000명이 넘는 입주민이 거주할 단지가 입주 후 사고가 났다면 수많은 인명피해가 날 수 있었는데 10개월 처벌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올해까지 50조원이 넘는 수주고를 올린 대형 건설사에게 10개월 영업정지 처분은 티도 안난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사고를 계기로 법제도 개편을 통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최소 2년 정도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야 경각심을 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한 시민은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엄청난 일인데 겨우 10개월 국내 영업정지는 너무 약하다”며 “가처분 등의 소송을 통해 시간 끌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하는데 아예 사업취소나 업계퇴출과 같은 진짜 철퇴 징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GS건설 등에 대한 징계가 지나친 중징계라며 지역경제 및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서는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22년 1월 광주 서구 화정동 아파트 신축현장 상층부 붕괴 사고의 시공사의 경우 아직 행정처분 수위가 결정되지 않았고 이 건설사는 그보다 앞서 9명이 사망한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로 총 16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의 경우에는 직접적인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던 점 등을 들어 과한 처분이라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전이 제일 중요한 것은 모든 건설사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서도 “앞선 광주 사고의 경우엔 인명피해가 있었는데도 1년4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데 반해 인천 검단의 10개월 영업정지 처분은 자칫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 전체를 아예 뒤엎지 않는 이상 한번에 개혁은 어렵고 시간을 두고 조금씩 고쳐나가야 한다”며 “또 대형 건설사는 중징계를 받더라도 수주고를 쌓아두거나 해외수주, 신사업 등 활로를 틀 수 있겠지만 중소나 하도급 건설사들은 타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수의 건설업계 관계자들 역시 “GS건설의 잘못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GS건설이 사고의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발주 및 관리 주체인 LH나 인허가를 내준 지자체 등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