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에 유상증자로 몰리는 상장사
하반기 들어 월 5~7건으로 급증
2024-08-28 이보라 기자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상장사들이 자금조달 방법으로 유상증자를 선택하고 있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대출이나 전환사채 등을 활용한 조달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25개 상장사가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마친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만 해도 유상증자가 월 1~2건뿐이었으나 하반기 들어 급격히 증가했다. 6월부터는 월 5~7건씩 완료했다. SD바이오센서(2278억원), KEC(963억원), 인텔리안테크(901억원), BGF에코머티리얼즈(586억원) 등 중소형사가 대부분이다. 이어 CJ CGV(4400억원), 코스모화학(1200억원), 코스모신소재(2200억원) 등도 유상증자에 동참했다. 바이오주들도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 박셀바이오, 이원다이애그노믹스, 강스템바이오, 진원생명과학, 박셀바이오, 꿈비, 피씨엘, 보로노이, 피플바이오, 에스씨엠생명과학, 노을 등이 준비하고 있다. 조 단위 증자도 추진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도 내년 중 조단위 유상증자를 단행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상장사의 유상증자가 많아진 이유는 금리가 높아 채권으로 조달하기에 부담이 커서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7bp 오른 3.795%에 호가됐다. 10년물 금리는 3.908%로 모두 4%에 근접한 금리다.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하면 기존 주주나 신규 주주를 상대로 주식을 신규 발행하고 자본금을 확대할 수 있어 이자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채권금리 상승으로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통상적으로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 주식이 발행하면 가치가 희석돼 주가가 하락한다. 주식 수가 늘어나면 주당순이익(EPS)이 종전 대비 감소하기 때문이다. 유상증자를 결정한 기업들은 대부분 다음 거래일 주가가 떨어졌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지난 11일 35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후 다음 거래일인 14일에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미코바이오메드 주가도 전거래일인 지난 25일 48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영향으로 장 초반 20% 넘게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유상증자 이후 주가 방향성은 당위성에 있다며 ‘저점매수’ 전략을 노려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유상증자가 주가에 악재로 인식되는 이유는 자금 조달의 당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자회사의 유상증자 발표로 지주회사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할 경우(순자산가치 감소분 대비 지주회사 시가총액 감소분이 큰 경우)에는 지주회사에 대한 저점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