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15년 간 대출 2.5배 늘어도 순이익 ‘제자리’
ROE 등 수익성 지표 금융위기 절반수준 “수익성이 자산‧자기자본 증가에 못 미쳐”
2023-08-29 김경렬 기자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은행권의 중장기 수익성이 신통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은행산업에서 수익성은 외부충격에 대비한 자본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수익성이 나쁘면 자산운용이 편중되거나 고위험 투자에 참여유인이 높아져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SVB(미국) 및 CS은행(스위스) 등의 뱅크런 사태가 대표적이다. 다만 최근 은행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취약 경제부문까지 지원하면서 건전한 운영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29일 ‘은행산업의 역할과 수익성’이라는 은행이슈브리프를 통해 “은행 중장기 수익성 현황은 지난 15년간 대출은 약 3배가 증가한 반면, 이익은 여전히 10조원대다”며 “은행산업의 수익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대비 절반, 미국 등 주요국 대비 절반 내지 그 이하 수준이며, 타 금융업이나 주요 산업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말 기준 은행의 대출자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989조원) 대비 2.5배 증가한 2541조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자기자본 기준으로는 96조8000억원에서 256조9000억원으로 2.6배로 늘었다. 반면 은행 당기순이익은 2007년 15조원에서 지난해 18조6000억원으로 24% 상승했다. 수익성이 자산 및 자기자본 증가에 못 미쳤다는 애기다. 2016년에는 순이익이 2조4000억원에 그치기도 했다. ROE(총자산이익률), ROA(자기자본이익률) 등 수익성 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ROE는 연평균 5.2%, ROA는 0.4%로 집계됐다. 예를들어 미국의 ROE는 10.2%, ROA는 1.5%다. 특히 은행 ROE(5.2%)는 증권(6.7%), 보험(6.8%), 비금융업(6.2%) 등 타업권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국내은행(은행지주)은 현재 주식시장에서 고질적인 저평가주로 인식돼 왔고, 이로 인해 금융시장 여건에 따라 자본시장을 통한 우호적 조건의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실제로 은행업의 PER(주가이익비율)와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증권시장의 여러 섹터들 중에서 만년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고,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다만 보고서는 “은행산업이 국내와 해외에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국내은행들은 본질적인 고유업무 수행을 통해 자본을 꾸준히 확충해오고 있으며, 이를 재원으로 위기 시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은행권은 2020년 4월부터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프로그램을 가동해오고 있다. 지난해 동안 연장 및 유예 조치 시행한 규모는 138조원(약 68만건)에 달한다. 올 1분기에는 약 59조원(26만건) 규모를 연장‧유예했다. 작년 실적의 40%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레고사태로 인한 시장 자금줄이 막히자 5대 은행지주에서는 95조원 규모 유동성을 공급했다. 올해 7월에는 새마을금고에 뱅크런 우려로 인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산업‧기업은행에서 6조원 이상 유동성을 공급했다. 8월에는 5대 시중 은행은 수출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약 5조4000억원 자금을 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은행권은 2019년부터 매년 1조원 내외를 사회공헌 활동에 투입해 왔다. 은행들은 향후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함은 물론,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공시를 활성화해 국민과 소통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