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출수수료 ‘극한 대치’…블랙아웃·생태계 파괴 우려
롯데·현대 이어 CJ온스타일도 송출 중단 통보…수수료 갈등 절정 콘텐츠 업계 성장 정체 속 홈쇼핑 독주 우려…생태계 붕괴 가능성 중소 유료방송사업자 매출·PP 제작비 줄며 소비자 이탈 '악순환'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홈쇼핑업계와 유료방송업계가 송출수수료를 놓고 샅바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결국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관련 생태계가 파괴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홈쇼핑업계는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판매 수익의 대부분이 수수료로 나간다며 인하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유료방송업계는 TV로 상품을 접해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상품을 구매했을 때의 매출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은 지난 28일 LG헬로비전에 송출 수수료를 이유로 재계약 협상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이르면 오는 10월 초부터 서울(양천구·은평구)과 경기(부천·김포·의정부·양주·동두천·포천·연천), 강원, 충남, 경북 등 23개 지역에서 LG헬로비전 가입자는 CJ온스타일 채널을 볼 수 없게 된다. 다만 SK브로드밴드, KT 등 IPTV로 유료방송을 보는 경우 두 채널을 기존처럼 시청할 수 있다. 방송 송출 중단과 관련해 LG헬로비전 측은 "아직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소비자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홈쇼핑과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도 같은 이유로 일부 유료방송사업자에 송출 중단을 통보했다. CJ온스타일 역시 업계 흐름에 따라 송출 중단이라는 강수를 둔 모양새다. 이들 업계는 업황 부진으로 매출이 지속적으로 급감하는 현실을 반영해 송출수수료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홈쇼핑업계의 '도미노 송출 중단' 사태를 두고 유료방송업계에서는 소비자 불편이 가중됨은 물론 콘텐츠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콘텐츠 산업의 외형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중소규모 유료방송 사업자의 매출 감소에 따른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투자 재원 감소로 경영난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사업자는 매출의 일부를 일반 채널에 콘텐츠 사용 대가로 제공한다. 이 매출의 대부분은 가입자 수신료(34.1%)와 홈쇼핑 송출 수수료(41.9%)에서 나온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수신료 매출이 매년 줄어드는 상황에서 송출 수수료까지 빠진다면 콘텐츠 제작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이와 함께 홈쇼핑사의 기타 매출 역시 송출수수료 산정에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모바일·인터넷 등 기타 매출이 반영되면 송출수수료 비중이 30%대까지 떨어지는데, 홈쇼핑사에서 모바일 매출을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홈쇼핑 콘텐츠를 살펴보면 모바일 결제로 유도하는 문구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청자들이 TV를 통해서는 상품 설명을 보기만 하고 결제는 모바일앱을 통해 진행하기 때문에 방송 매출액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블랙아웃 현실화'를 막기 위해 홈쇼핑 및 유료방송사업자 임원을 불러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원만히 진행될 경우 오는 11-12월쯤 합의안을 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선 과기정통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업계가 원하는 만큼 송출수수료를 줄이고, 채널을 빼 버리면 장기적으로 콘텐츠 사업자의 매출이 줄고, 제작비 감소로 이어지면서 시청자 이탈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들의 케이블TV 송출 중단이 송출수수료 부담 때문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고 있다"며 "IPTV 대상으로는 ‘약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가입자가 줄어드는 케이블TV 대상으로는 일방적인 송출 중단, 갑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료방송 전체가 성장 정체로 어려움에 직면한 가운데 홈쇼핑사들의 송출 중단 강행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