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밀양에 전승되는 대동놀이의 지속과 변화상을 담은 조사보고서 발간
8월 30일, '백중(음력7월15일)’의 전통, 왜 밀양에는 남아있을까~?
2024-08-29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밀양지역 대동놀이에 대한 보고서『밀양지역 대동놀이의 지속과 변화』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전통 농경사회가 축소되면서 사라진 대동놀이가 유독 많이 남아있는 밀양에 주목했으며, 대동놀이의 지속과 변화 그리고 밀양지역의 민속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여름 농사철의 휴식, 백중百中
올해 8월 30일이 음력으로 7월 15일 백중이다. 백중은 백 가지 곡식이 익는다고 해서 백종(百種)이라고 불린다. 즉, 힘든 김매기 등 바쁜 농사일을 끝나고 추수하기 직전 마지막 쉬는 시기이다. 이때 농사 일로 지친 농부들과 머슴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푸짐한 먹거리와 농악 장단 등으로 소박한 축제를 벌였는데, 이를 '백중놀이'라고 한다.
밀양의 백중놀이는 이전 조사에서는‘꼼배기’라고 불린 것으로 조사·보고 되었으나, 오늘날에는 꼼배기라는 말과 함께 ‘희추’, ‘회치’라는 용어를 확인했다. 이는‘회취(會聚)’의 이음으로 판단되며, ‘정기적으로 모이는 것’을 뜻한다.
아직 대동놀이의 전통이 남아 있는 지역, 밀양
현재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밀양지역의 대동놀이는 ‘밀양백중놀이’(국가무형문화재 제68호) 외에 ‘무안용호놀이(경남무형문화재 제2호)’, ‘감내게줄당기기(경남무형문화재 제7호)’, ‘법흥상원놀이(경남무형문화재 제16호)’가 있다
<법흥상원놀이>는 법흥리의 농악과 공동체 신앙, 각종 정월 놀이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을공동체 신앙인 동제와 관련 깊다. 이 놀이는 정월에 이루어지는 일련의 놀이 과정을 압축해 보여주고 있으며, 마을 구성원의 건강과 안녕, 그리고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한다.
<무안용호놀이>는 각각 용과 호랑이로 상징되는 두 줄이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이 놀이는 본래 정월대보름 무렵 밀양시 무안면 무안리 일대에서 전승되던 무안줄다리기를 민속예술경연대회 및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해, 변형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안줄다리기는 매년 3월에 진행되며 무안면 주민들의 참여와 후원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감내게줄당기기>는 정월대보름이나 칠월 백중 때 농한기를 이용해 보를 고치는 일 등의 마을 일을 걸고 하거나 참게를 잡던 주민들 간의 다툼을 막고 주민 간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열렸다.
여느 줄다리기와 다르게 여러 사람이 목에 줄을 걸고 기어나가듯 줄다리기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감내게줄당기기'는 여타 줄다리기 종목과 더불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밀양 지역민속의 지속과 변화
이 지역은 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과 물산이 모이는 길목이었다. 낙동강의 지류인 밀양강을 따라 넓은 농경지가 형성돼 있어 경제적으로도 풍족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예술인들의 발걸음과 대동놀이를 위한 후원이 끊이지 않았다.
또 과거 기녀의 조합인 권번(券番)이 있어, 많은 예술인 활동했다. 이들은 춤과 음악 등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었고, 지역민 주도의 ‘53친목회’라는 모임은 지역 민속문화의 재현과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다.
한편, 밀양에 대동놀이가 많이 전승력을 유지하는 데는 지역 축제인 밀양아랑제의 영향이 크다. 밀양아랑제(현 밀양아리랑대축제)는 1957년 영남루 중수 기념으로 시작되었고, 이후 정례화되면서 다양한 민속놀이·예술의 연행장이 마련됐다. 이를 통해 전승자들이 밀양 지역 민속의 재현을 위해 노력했고, 전통사회에서 행했던 것과는 다르게 재맥락화가 빠르게 이뤄졌다.
이는 과거의 전통 그대로가 아닌 전승자들의 목소리와 시대 변화상을 반영한 결과이다. 따라서 이 축제에서 선보인 대동놀이들은 차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도 연행되고, 국가무형문화재 및 시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밀양백중놀이>와 <법흥상원놀이>, <감내게줄당기기> 등은 전통 농촌사회에서의 대동놀이가 무대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무안용호놀이의 경우에는 하나의 대동놀이가 분화되어 별개의 놀이로 전승되고 있었다.
모든 문화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변화한다는 점에서, 밀양은 지역 민속의 재현을 위한 노력과 재맥락화를 거쳐 지속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보고서는 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발간자료검색)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