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소중한 재산 '중위험중수익'으로 지켜야

2023-08-30     서준식 숭실대 겸임교수

 

서준식 숭실대 겸임교수

 

"야, 너는 부자잖아." "글쎄, 집 한 채 빼면 남는 게 없잖아. "야, 그게 부자야."

친구와 얼마 전 대화를 나누었다. 내 생각에 그 친구는 옛날에도 지금에도 부자다. 그는 달리 생각한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도 집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다른 재산도 5억원가량 됐다. 당시 5억원이면 서울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제과점(요즘으로 치면 대형 스타벅스 매장)을 하나 열 수 있는 큰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데 10년쯤 지나 물었을 때는 집 한 채와 다른 재산 10억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50%가량 더 늘어난 15억원이 됐다. 자산이 정말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흔히 부를 유지하려면 물가상승률만큼 부를 늘려야 한다고 얘기한다. 물가 상승은 보유한 현금가치 또는 구매력 하락을 뜻하므로 구매력을 지키려면 물가상승률만큼 부를 증가시켜야 한다. 애매한 구석도 있다. 먼 옛날 한 그릇에 1000원 하던 짜장면으로 외식했던 가정은 부자였다. 지금 8000원짜리 짜장면으로 외식한다고 부자로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부자가 앞으로도 상대적인 위치나 순위를 지키려면 물가상승률만 따라잡아서는 안 된다. 부가 평균적으로 늘어나는 속도는 1000원에서 8000원으로 오르는 것보다 빠르다. 1000원에서 요즘 고급 레스토랑 음식값까지 증가하는 속도가 오히려 부를 측정하는 보다 정확한 기준이 될 것이다. K가 느끼는 속도도 이와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투자자 관점으로도 볼 수 있다. 방금 얘기한 속도를 '본전수익률'이라고 이름 붙이고 자산관리에 실제로 활용하고 있다. 한 투자자가 자산을 본전수익률에 못 미치는 속도로 불리고 있다면, 그는 돈을 잃고 있는 것이다. 2003년 5억원이 2013년 10억원이 되는 속도는 복리로 7%를 살짝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 기간 평균 7%가량 수익을 냈다면 본전만 지킨 것이고, 그 이상 벌었어야 부를 불린 것이다.

2013년 10억원이 올해 15억원이 되는 속도는 복리로 약 6%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평균 2%를 밑돌았고, 경기불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아우성쳤다. 그래도 통계청이 내놓은 가계금융복지조사 수치에 담긴 중산층 순자산 증가율은 6%에 달했다. 다시 강조하고 싶은 핵심은 부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는 속도다.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10년 동안 본전수익률은 6% 안팎일 것으로 어림잡았었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3% 안팎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은 3% 복리에 해당하는 속도로 돈을 까먹는 위험한 투자처다. 결국 본전수익률을 따라잡아야 한다. 돈을 잃지 않고 꾸준히 부를 늘리려면 장기 기대수익률이 6% 이상 나오게 자산을 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더 구체적으로는 주식과 채권을 함께 담는 혼합형 펀드,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