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하팍 빠진 HMM 인수 3파전…내부서도 부정적 기류
산은, 국내 해운업계 발전 기여도 심층 확인 매각가, 경영권 프리미엄 포함 약 7조 예상 "대형 원매자 나타나야"…가능성 낮게 점쳐
2024-08-30 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HMM 매각이 독일 국적 컨테이너선사가 탈락하면서 국내 중견기업 3파전 양상이다. 대형사들이 아닌 중견사들만 군침을 흘리는 상황이어서 실제 매각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HMM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매각 입찰과 관련, 가장 높은 희망 인수가를 제시한 독일 하팍-로이드를 적격 인수 후보(숏 리스트)에서 탈락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해운업계 발전에 대한 인수 희망 기업의 기여도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봤기 때문에 사실상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는 평이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LX그룹·하림그룹·동원그룹 등 3개 기업을 적격 인수 후보로 선정했다. 산은은 해당 기업들에게 2개월 간의 실사 기간을 부여하고, 오는 11월 중 본입찰을 실시해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해 연내로 주식 매매 계약(SPA)을 맺는다는 방침이다. 예상대로 3파전으로 흘러가는 양상이지만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주식 총 1억9900만주와 전환 사채(CB)·신주 인수권부 사채(BW) 등 영구채 중 1조원을 전환한 주식 2억주를 합한 총 3억9900만주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6조~7조원 사이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돼 3자 모두 인수 자금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3개 기업 집단 중 하림그룹만 재무 지원군으로 '20년지기'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이뤘다고 밝혀둔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상의 자료를 취합해보면 △팬오션 △엔에스쇼핑 △선진 △제일사료 △하림지주 등 상장된 하림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금은 총 1조4413억6518만원인 것으로 집계된다. 관건은 JKL파트너스가 현금을 얼마나 조달할 수 있느냐다. LX그룹과 동원그룹은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다. 입찰 사실 자체에 대해서도 함구하도록 돼있다는 전언이다. LX그룹은 상장사들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 금융 상품을 모두 더하면 1조4735억9833만원, 동원그룹은 6760억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X그룹 관계자는 "경영진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다. 동원그룹 관계자도 "인수전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건 맞지만 HMM 인수·합병(M&A)에 관한 재무 정보는 아직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HMM 내부에서도 3개 회사들 중 그 어느 곳에서도 M&A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고, 현대자동차그룹이나 포스코그룹 등 대형 원매자가 나타나길 바라고 있어 부정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설령 인수 희망 기업에게 현금 자산이 조단위로 있다고 해도 그룹 전 계열사들의 주머니를 모두 털어야 하는데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조급증에 걸려 이유 없이 매각을 서두른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모펀드나 저축은행 컨소시엄을 낀 기업이 HMM을 품을 경우 단기 투자 수익성에 혈안이 돼 필연적으로 현금을 포함한 각종 자산 유출로 귀결될 것이라고 판단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