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국방부 장관 불출석' 공방···野 "장관 도망" vs 與 "국익 차원"
30일 예결위에 간사 양해 없이 불출석 野 "국민 보기에는 도망간 것···장관런" 與 "외유성 아니야···도피 표현 과해"
2023-08-30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간사 양해 없이 30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불참했다. 야당은 고(故)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 껄끄러운 문제에 답변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도망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은 국익 차원의 출장인 점을 감안해달라고 비호했다.
민주당 측 예결위 간사인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국회 예결위에서는 기관장이 불출석할 때 위원장과 간사에게 불출석 사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을 때 한해 허용하고 있다"며 "저는 이 장관의 불출석을 허용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 장관이 54조원(22년 기준)이 넘는 금액을 사용하는 국방부의 장관이라는 점, 고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크게 제기되는 점, 해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크게 제기되고 있는 점,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등 독립지사 흉상 철거에 논란이 있는 점 등을 들며 이 장관에게 출장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꼭 출석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폴란드 국방부 장관과의 면담을 이유로 30~31일 국회 예결위에 모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강 의원은 이번 결산심사 일정은 지난 7월 25일 합의돼 공지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의지만 있었다면 충분히 출석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강 의원은 "얼마 전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잼버리 현안 보고를 해야 할 여성가족부 장관이 출석하지 않고 장관을 찾으러 다닌 촌극 벌어진 적이 있다"며 "이번 국방부 장관 불출석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부실해서 예금자들이 자금을 빼는 것을 뱅크런이라고 한다"며 "정부 부실의 지적을 피해 국민으로부터 도망가는 '장관런'이 있어선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은 "사실상 국민 눈에 보기에는 도망가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기 의원은 "그리고 (이 장관 불출석은) 대통령한테는 항명 아닌가"며 "대통령께서 국무회의에서 당당하게 논쟁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라고 말씀하셨다는데, 그렇다면 종합정책질의에 나와서 당당하게 본인 소신과 윤석열 정부의 소신에 대해 말하는 게 합당한 국무위원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의 불출석 자체에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국익을 위한 선택이었다며 이 장관을 옹호했다. 송석준 의원은 "외유성 출장도 아니고 개인 신상의 이유로 불출석한 것도 아니다"며 "불가피하게 결석을 한 것은 국익을 위하고, 또 정상외교 사전 점검을 위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음을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주혜 의원도 "국정을 위해 출국한 장관을 두고 도피를 했다고 몰아가는 것은 아무리 불출석한 부분에 대한 유감이 있는 것을 감안해도 과한 표현"이라며 "도피를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야당의 적절한 의사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맞섰다. 국방부 장관의 불출석으로 국방부 현안 관련 질의는 신범철 차관에게 돌아갔다. 신 차관은 이날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에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 작용했다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주장과 관련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윤 대통령과) 통화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이 장관은 폴란드 국제방산전시회(MSPO)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이날 출국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이날부터 다음달 2일까지 폴란드를 공식 방문한다. 국방부는 출입기자단 문자공지를 통해 "이 장관은 현지시각 31일 오전에 MSPO 준비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오후에는 한-폴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해 국방분야에서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와 방산협력 확대를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