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라디오파 활용 소고기 단기 숙성기술’ 개발

숙성기간 ‘3주→2일’ 단축… 육질 25% 연해지고 풍미 1.5배 증가, 수율도 약 85%로 상승

2024-08-31     전승완 기자

매일일보 = 전승완 기자  |  농촌진흥청이 48시간 만에 3주 이상 건식 숙성(드라이에이징)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라디오파 소고기 단기 숙성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축산물 소비량은 58.4kg으로, 각종 매체를 통해 숙성육이 소개되면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 건식 숙성은 고기가 연해지고 풍미는 좋아지나, 축산업 현장에서는 3주 이상의 긴 숙성기간 동안 발생하는 재고 부담과 고기를 숙성한 뒤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생고기 대비 60~70%밖에 되지 않는 문제로 숙성 효율을 높이는 연구가 필요했다. 소고기 숙성은 소고기 속 다양한 효소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며 이뤄진다. 15도 이상에서 소고기를 숙성하면 미생물 오염 우려는 있으나 효소 반응은 촉진된다는 기존 연구 결과에 착안해 농촌진흥청이 ‘라디오파 소고기 단기 숙성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라디오파로 소고기를 가열하는 동시에 고기 표면의 미생물 증식을 막기 위해 영하의 냉풍을 쏘이는 방식이다. 고기 표면에 흡수되는 파장이 짧은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와 달리, 파장이 긴 라디오파를 이용해 고기 내부를 가열하면서 표면도 냉각할 수 있었다.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48시간 만에 고기 육질은 25% 부드러워졌으며, 건조 전 무게 대비 풍미를 느끼게 해주는 인자는 1.5배 늘어났다. 이는 기존 건식 숙성 방식을 3주간 적용한 것보다 높은 효과다. 또 기존 건식 숙성 방식으로 고기를 숙성하면 건조에 의한 무게 감소 이외에도 상한 부분과 딱딱해진 겉면을 제거하기 때문에 수율이 60~70% 정도지만, 이 기술을 적용하면 건조에 의한 무게 감소만 있어 수율이 85% 정도로 높은 편이다. 또 이 기술을 적용할 때 고기 표면에 특정 유산균이나 효모 등을 바르면 발효 향, 제빵 향 등 개인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풍미의 숙성 소고기를 만들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Food Science (IF=3.9)에 논문으로 게재될 예정이며,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농촌진흥청은 진열장(쇼윈도) 형태의 숙성장치를 개발했으며,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처리용량을 늘리고 장치 가격도 낮추는 중이다. 현재 이 장치에서 1회에 숙성할 수 있는 양은 20kg 정도이며, 3개 산업체에 기술이전 해 이들 산업체를 중심으로 한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이번 연구로 소비자의 건식 숙성육 접근이 한층 쉬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안심, 등심 등 전통적인 구이용 부위보다 3배 많이 생산되고 가격은 저렴한 앞다리, 우둔, 설도 등 저지방 부위를 숙성해 소비자에게 구이용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저지방 부위의 부가가치를 높여 농가 소득 증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이승돈 원장은 “이번 연구는 축산물에 공학 기술을 접목해 산업화에 접근한 구체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축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이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농산물을 선택하고, 농가는 안정적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기술확산과 보급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