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회복 기미 없는 내수…‘벼랑 끝’ 내몰린 자영업자
39만 자영업 가구, 소득 70% 이상 빚 갚는데 써 편의점, 슈퍼마켓 "3분기 경기전망 부정적" 자영업자 "정부 내수활성대책, 실효성 부족"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자영업자들의 희망인 내수 활성화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경영난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형국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 만기연장·상환 유예조치가 종료를 앞둬 ‘9월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과 원금·이자 상환 유예 제도를 연장해 오고 있다”며 불안 일축에 나섰다. 그러나 상환 시기만 연장해봤자 고금리와 경기 둔화가 계속돼 자영업자의 빚 부담은 계속 불어나고 있어 ‘언 발에 오줌 누기’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약 39만 자영업 가구가 소득 7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는 형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통계청으로부터 받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금융부채가 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이 70% 이상인 자영업 가구는 38만8387가구다. 특히 DSR이 70% 이상인 자영업 가구의 금융부채는 총 109조원에 달한다.
자영업자 종사 비중이 높은 소매유통업은 이미 3분기 경기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7월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전망치가 77포인트로 집계되면서 두 분기 연속 상승했다. 식료품은 필수재라 경기침체에도 소비를 줄이기 쉽지 않아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기준치 100포인트를 크게 밑도는 만큼, 여전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가 큰 폭으로 상승한 편의점(80→86)과 슈퍼마켓(58→71), 온라인쇼핑(66→71) 조차도 기준치엔 미치지 못해, 자영업자들의 고충은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안성의 S편의점 점주는 “본사가 분기마다 영업이익 증가 소식을 알리는 것과는 별개로, 현장의 업주들은 죽을 맛”이라며 “가뜩이나 전기료도 올라서 9월에 낼 요금 걱정이 태산 같다. 내년엔 최저임금도 오른다고 하니, 계속 직원 없이 혼자 일하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업주의 경영 부담은 채용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41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10곳 중 6곳(59.8%)은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비용절감 및 구조조정’이라고 응답했다.
내수에 특화된 국내 제조업체들도 경기전망을 한층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전년 같은 분기보다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0.2%, 올해 1분기 0.4%, 2분기 1.6%로 갈수록 커지며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또 대한상의가 전국 230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3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전망치는 91로 집계돼 전분기(94)보다 하락했다. 부문별 BSI도 내수가 94에서 90으로 낮아졌다. 특히 목재·종이(73), 섬유·의류(75), 가구(78) 등 내수업종 기업들도 경기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 ‘내수 활성화 대책’을 통해 내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문화 관광상품을 통한 해외 관광객 유입 △지속적 할인행사를 통해 소비 촉진 △국내 근로자에게 휴가비를 지원해 지역상권 활성화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외식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 ‘집밥 문화’가 대세로 자리 잡았고, 엔데믹으로 해외여행이 급물살을 탄 만큼, 정부의 대책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회복세를 보였던 내수소비가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둔화추세를 보이고 있다. 선제적인 통화정책으로 소비와 투자 심리를 살리고, 구조적 수출둔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마련에 민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